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갈등 통합 위해선 공론화 이후가 더 중요”

입력 2017-10-21 05:00

“공론화 절차는 끝났지만 갈등은 오히려 악화될지도 모릅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2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결과 발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갈등을 통합해나가기 위해서는 공론조사 이후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박 소장은 이번 공론조사가 통합보다는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어떤 결론이 나오든 어느 한쪽은 이기고, 다른 쪽은 지는 설계였다”며 “아직도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평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2012년 일본에서 진행됐던 공론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탈원전 시기, 원전의 비율 등 통합을 이끌어내기 좋은 질문을 던졌다”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견들을 종합해 보편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 갈등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박 소장은 “사용후핵연료 공론조사의 경우 결과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컸다”며 “이번 결과를 승패로 해석한다면 마찬가지로 저항이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통합을 향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소장은 공론조사를 최종적인 결론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사에서도 보듯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전을 축소해나가야 된다는 데에는 일종의 공감대가 있다”며 “탈원전이라는 거시적인 주제는 앞으로도 논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조사 결과를 전문가 의견, 국정철학 등과 잘 종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공론조사를 계기로 한국사회가 갈등을 대하는 방식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소장은 “우리 사회는 양극화 문제를 비롯해 곳곳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그러나 사회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어떻게 해결할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반대 진영을 이길 수 있을까’ 또는 ‘누가 이길까’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전 국민이 숙의 민주주의를 생생하게 목격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소장은 제주도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부안 방폐장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했고, 2013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자문에도 응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