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1호 당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당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1997년 12월 한나라당 입당으로 시작됐던 박 전 대통령의 보수 정당 20년 당적이 사실상의 출당 조치로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당 지도부는 ‘박근혜’라는 이름을 지우지 않고는 이미지 변화와 지지 기반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 윤리위원회가 20일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린 가장 큰 이유다.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어야 ‘국정농단 세력’, ‘탄핵당한 정당’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8월 16일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박근혜 출당’을 처음으로 꺼냈다. 이후 당 혁신위원회는 9월 13일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했고, 윤리위가 이를 확정했다. 탈당 권유는 ‘제명’ 다음으로 높은 징계다. 한국당의 박근혜 지우기는 두 달의 진통 끝에 마무리됐다.
정주택 윤리위원장은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린 직후 “보수 진영을 보강하기 위해선 이런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장일치는 아니며 무기명 다수결 투표로 결정했다”며 “소수 의견은 회의를 보류하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박 전 대통령 측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입장을 전해 온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윤리위가) 서울구치소 쪽으로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보고 자란 딸이라서 박정희 대통령 반만큼은 하지 않겠나 하던 보수우파들의 기대와 환상도 버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체제와 단절하고 신보수주의로 무장하자”고 당부했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가 결정될 당시 여의도 당사가 아닌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를 찾았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합류 지점인데, 보수 통합을 바란다는 상징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 출당 결정으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바른정당 통합파인 황영철 의원은 “보수 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에 힘이 되는 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당내 해묵은 계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커졌다.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최경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요구는 정치적 패륜행위이고 배신행위”라며 “홍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탈당 권유 조항을 둘러싼 불명확한 당규는 향후 계파 싸움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친박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박 전 대통령 탈당 권유라는 윤리위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당 지도부 인사는 탈당 권유 징계는 최고위원회 의결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기자
탄핵 7개월 만에 朴과 결별한 한국당… 내홍 거셀듯
입력 2017-10-20 18:43 수정 2017-10-20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