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7개월 만에 朴과 결별한 한국당… 내홍 거셀듯

입력 2017-10-20 18:43 수정 2017-10-20 23:46
보수 대통합을 추진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3선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이철우 김성태 의원,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 한국당 홍문표 의원, 바른정당 김용태 황영철 의원. 최종학 선임기자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1호 당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당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1997년 12월 한나라당 입당으로 시작됐던 박 전 대통령의 보수 정당 20년 당적이 사실상의 출당 조치로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당 지도부는 ‘박근혜’라는 이름을 지우지 않고는 이미지 변화와 지지 기반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 윤리위원회가 20일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린 가장 큰 이유다.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어야 ‘국정농단 세력’, ‘탄핵당한 정당’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8월 16일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박근혜 출당’을 처음으로 꺼냈다. 이후 당 혁신위원회는 9월 13일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했고, 윤리위가 이를 확정했다. 탈당 권유는 ‘제명’ 다음으로 높은 징계다. 한국당의 박근혜 지우기는 두 달의 진통 끝에 마무리됐다.

정주택 윤리위원장은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린 직후 “보수 진영을 보강하기 위해선 이런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장일치는 아니며 무기명 다수결 투표로 결정했다”며 “소수 의견은 회의를 보류하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박 전 대통령 측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입장을 전해 온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윤리위가) 서울구치소 쪽으로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보고 자란 딸이라서 박정희 대통령 반만큼은 하지 않겠나 하던 보수우파들의 기대와 환상도 버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체제와 단절하고 신보수주의로 무장하자”고 당부했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가 결정될 당시 여의도 당사가 아닌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를 찾았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합류 지점인데, 보수 통합을 바란다는 상징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 출당 결정으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바른정당 통합파인 황영철 의원은 “보수 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에 힘이 되는 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당내 해묵은 계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커졌다.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최경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요구는 정치적 패륜행위이고 배신행위”라며 “홍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탈당 권유 조항을 둘러싼 불명확한 당규는 향후 계파 싸움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친박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박 전 대통령 탈당 권유라는 윤리위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당 지도부 인사는 탈당 권유 징계는 최고위원회 의결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