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론화위 시도 감동적”… 상설화 가능성 시사

입력 2017-10-21 05:02
이낙연 국무총리와 청와대, 정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관련 당정청 회동을 앞두고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백운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 총리,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 최현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이 철회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20일 발표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론화위는 탈원전 기조에는 찬성 권고를 내놓아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청와대로서는 탈원전 반대 여론에 맞서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지나친 원전 의존도와 안전 문제를 들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도 신고리 5, 6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 단계적 원전 감축 등을 공약했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 장기적인 에너지전환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권 후 건설 중단에 따른 막대한 손실과 해외 수출 타격 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커지자 공론 조사방식을 선택했다. 정부로서도 국론 분열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밀어붙이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공론화위는 신고리 5, 6호기까지는 건설하되 탈원전 정책은 추진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청와대로서는 에너지 정책도 폐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탈원전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산업적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원전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원전을 악으로 규정하고 전부 없애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전력생산 비율에서 40%나 되는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일정부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 표방 이후 원전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원전을 수출키로 한 나라들에 충분히 설명했고, 외국 정상들도 굉장히 흔쾌하게 이해했다”고 부연했다.

청와대는 공론화위 시도에 대해서도 ‘감동적’이라고 평가하며 상설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지난해 촛불 집회에 이어 이번에는 정부 정책에서도 국민의 의미 있는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하는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갈등 사안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어서 국민적 공론이 필요한 국가적 문제들은 공론화위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숙의민주주의와 공론화 절차를 꺼냈을 때 반신반의했다”며 “공론화위 권고 결정 발표를 지켜보며 놀라움과 함께 경건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공론화위의 발표 때까지 결과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공론화위 발표 당시 문 대통령은 부속비서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결과를 전해 들었고, 오전에 열린 경찰의 날 행사에 다녀온 뒤 상세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심지어 임종석 비서실장이 19일 오전 회의에서 ‘대통령께서는 알고 계시느냐’고 직접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론화위는 오전 10시 결과 발표 10분 전에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결과를 보고하려 했으나 청와대와 이 총리가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글=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