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절반 이상이 원자력발전 축소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또 정부에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주문해 친환경 에너지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격한 에너지 정책 전환보다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동반한 탈원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론화위는 20일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정책 결정을 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원자력발전 정책 방향 의견조사 결과를 보면 원전 축소 의견이 53.2%로 유지(35.5%)나 확대(9.7%)를 압도했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의 27.6%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재개 시 보완조치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탈원전 정책이 맞지만 당장 에너지 정책을 전환할 경우 예상되는 전력수급 문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이르면 24일 국무회의에 시민참여단이 권고한 원전 비중 축소 방안 등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로드맵에는 정부가 조기 폐쇄 방침을 밝혀왔던 월성 1호기와 건설 계획 백지화 대상인 신한울 3, 4호기(경북 울진)와 천지 1, 2호기(경북 영덕) 등 신규 원전 6기 등에 대한 조치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박원주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와는 별도의 사안”이라며 “시민참여단이 권고한 원전 비중 축소도 에너지 전환 정책의 관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산업부는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탈원전, 탈석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강화에 나섰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3020’ 목표도 세웠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석탄발전의 친환경화를 밝히고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취소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8월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산업부·환경부·국토교통부 핵심 정책토의’에서도 산업부는 내년부터 에너지 정책 방향을 수급 안정과 저렴한 에너지 등 공급 중심에서 안전과 친환경을 고려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추진 전략에도 변화를 줄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분야를 폐기물 중심에서 태양광·풍력으로, 사업 주체는 외부 사업자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전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산업부는 판단하고 있다.
한전은 2001년 김대중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 일부 발전소를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자회사로 분리하면서 전력 생산에서 손을 뗐다. 현재는 전력의 구입, 송·배전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맡을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원자력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려는 에너지 정책이 중단돼야 한다는 결정은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연대 대표는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의견이 절반 넘게 나온 것을 유의미하게 본다”고 평가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허경구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탈원전 힘 실어줬지만… ‘속도 조절’ 메시지도
입력 2017-10-20 18:33 수정 2017-10-20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