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출전 선수들이 반발하면서 메이저대회 1라운드 경기가 전격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20일 KLPGA 투어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8억원)이 열린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6678야드). 2라운드 경기는 이날 오전 8시10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기 시작 시간이 지나도 선수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 불거진 ‘벌타 면책 논란’에 선수들이 집단으로 출전 거부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대회 1라운드에서 최혜진, 박인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 선수 6명은 프린지(그린 주변 지역)에서 공을 집었다가 벌타를 받았다. ‘인플레이 중 선수나 파트너, 캐디가 공을 집어 올리면 선수가 1벌타를 받는다’는 골프 규칙(18조 2항)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KLPGA 경기위원회는 “프린지의 풀이 짧은 바람에 퍼팅 그린과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아 선수들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벌타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최혜진은 10, 13번 홀에서 받은 두 차례 벌타를 면제받아 6언더파로 공동선두가 됐다.
오후조는 주최측의 조치에 코스 변화 및 오전조와의 차별 등을 이유로 불만을 표시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일부 참가 선수와 부모들은 “벌타 면제는 불공정한 처사”라며 밤늦게까지 클럽하우스에서 항의했다. KLPGA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선수들은 2라운드 출전을 포기하겠다고 반발했다. KLPGA는 2라운드 티오프 시간을 9시10분, 9시40분 등으로 연기했지만 선수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KLPGA는 “1라운드를 취소하고 오전 10시40분부터 1라운드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4라운드(72홀)까지 예정됐던 대회는 3라운드(54홀)로 축소됐다. KLPGA는 메이저대회임에도 골프장 그린 주변 관리 및 코스 세팅을 못한데다 일관되지 못한 일처리로 희대의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KLPGA는 “선수와 골프팬, 대회를 개최해주신 스폰서 등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1라운드 취소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KLPGA 사무국에 사의를 표했다. KLPGA 투어 대회에서 우천 등 기상악화 문제로 라운드가 취소된 경우는 종종 있어도 출전선수들의 집단 항의에 따른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주최측이 애초 한국 선수들에게 엄격한 규정 잣대를 들이대며 벌타를 부과하다 페테르센이 항의하자 이를 면제해주면서 사태의 불씨를 키운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KLPGA 관계자는 “페테르센의 반발과는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김해림은 다시 진행된 1라운드에서 8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일몰로 전반 9개 홀만 마친 최혜진은 1언더파로 공동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KLPGA 망신살… 벌타 면책 논란 1R 전격 취소
입력 2017-10-20 18:50 수정 2017-10-20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