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20일 공사 재개를 권고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공론화위의 정책 권고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공사 재개를 공식 의결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고리 5, 6호기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갈등은 일단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위의 결정은 첨예한 사안을 사회적 논의로 매듭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민적 반목이 극심했던 뇌관을 합의의 틀로 제거했다는 것은 향후 유사한 사례를 해결하는 전범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공론조사라는 수단을 통해 보완함으로써 이견이 팽팽한 현안을 어떻게 정책으로 풀어내야 하는지 교훈을 남겼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공론 과정을 통해 숙의민주주의의 효능을 가늠할 수 있었다는 점은 성과다. 이는 공론조사가 거듭될수록 공사 재개 비율이 높아졌고 20, 30대의 찬성 비율이 늘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조사 초기만 해도 전체적으로 공사 중단 의견이 많았고, 젊은층의 흐름도 이와 유사했다. 환경론자들이 주장하는 원전 위험성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객관적인 정보와 자료 제공, 지속적인 논의와 숙고 등의 공론조사 모델을 통해 숙의가 가능해지면서 결과는 바뀌었다. 원전의 공포가 실제보다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팩트가 힘을 더 얻은 셈이다.
공론화위 결정 이후 또 다른 다툼이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찬반이 극도로 갈려 후폭풍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당리당략적 태도가 우려스럽다. 공사 재개 결정을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견강부회식 해석을 하는 자유한국당의 처신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할 뿐더러 국민들을 편 가르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는 국민의당 논평은 과한 감이 없지 않다. 청와대와 정부 역시 탈원전에 지나치게 매몰돼서는 안 된다. 이번 조사에서 원전 축소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탈원전 명분에 집착해서는 곤란하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에너지 정책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동반 활용하는 식의 에너지 정책 전환을 고려함 직하다.
공론조사는 이기고 지는 승패를 가르는 싸움이 아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진보와 보수를 규정하는 장이 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사회구성원 모두 더 이상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차질 없이 공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공론기간 3개월간 작업이 중단된 만큼 보완작업을 하루빨리 마무리해 공기 지연에 따른 피해를 줄여야 한다. 공론조사가 완벽할 수는 없으나 현안을 국민들의 논의로 푸는 순기능이 있음은 확인됐다. 비싼 비용을 치르고 얻은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해야겠다.
[사설] 진정으로 국민 위한 에너지 정책 제시해야
입력 2017-10-20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