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권고하면서 보수세력 통합이 가시화됐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을 만나 다음달 초 통합 논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촛불정국 당시 친박계의 국정농단 세력 비호를 비판하며 탈당한 바른정당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명분으로 한국당에 다시 합류하는 구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반성하지 않고 얄팍한 명분으로 포장한 보수통합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의석수만 계산한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127석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원내 제1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세 불리기에만 성공한 보수세력이 여론을 제대로 반영한 국정을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실정만을 기다리며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한다면 오히려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뿐이다.
지금 한국 정치에는 건강한 보수세력의 재건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여러 정당으로 흩어진 정치인들이 다양한 논의를 거쳐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뻔히 보이는 계산으로 산술적인 통합을 이루려고 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사설] 혁신 없는 보수통합 무의미하다
입력 2017-10-20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