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주가조작, 그 스승에 그 제자… 5년간 78억 챙겨

입력 2017-10-20 05:00

사제 관계로 뭉친 주가조작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주범은 “스승의 말은 의심하지 말고 따라야 한다”며 도제식 교육을 통해 수법을 가르친 뒤 테마주 등의 가격을 조작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문성인)는 일명 ‘상한가 굳히기’ 방식으로 78개 종목의 주식에서 5년여간 78억여원을 편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주범 권모(43)씨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상한가에 근접한 종목을 고른 뒤 고가매수 주문, 물량소진 매수 주문 등의 방법으로 상한가를 만들었다. 상한가를 유지하기 위해 대량으로 매수 주문을 넣은 뒤 이튿날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취했다. 2012년 대선 테마주로 꼽혔던 ‘대신정보통신’ 등 정치테마주 32개, 정책테마주 9개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권씨는 제자들을 교육한 뒤 ‘기술’이 좋은 제자들을 ‘고수’로 호칭하며 중관관리자 역할도 부여했다. 고수 8인은 멘토링 방식으로 신입 제자들에게 3개월간 수법을 전수했다. 카카오톡, 이챗 등 SNS 메신저로 팀플레이가 이뤄졌다. 고수 중 한 명은 스승의 매매전략과 어록을 교재로 만들어 제자들 교육에 사용했다. 교재는 매매기법 이론편과 마인드편 2권이었다고 한다.

권씨는 당구장이나 바 형식의 술집에서 점원과 손님들에게 접근해 “고수익 비법을 전수하겠다”고 꾀어 제자로 포섭했다. 조직원수를 20명으로 고정하고 실적이 좋은 제자들의 수익 중 20%를 공금으로 회수한 뒤 제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도 했다.

이형민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