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묘기·시연… 진화하는 ‘국감 예비스타’

입력 2017-10-20 05:05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을 몰래카메라로 찍은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12일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김부겸 행안부 장관 주민등록번호를 맞히고 있다. 뉴시스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에 국감 상황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18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페이스북 캡처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16일 합동참모본부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 모습을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국감 스타’를 향한 의원들의 튀는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장을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거나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알아맞히는 ‘묘기’까지 나왔다. 신문지를 깔고 국감장 바닥에 눕기까지 한다. 이른바 ‘체험형 국감’이다. SNS 활용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두드러졌다. 의원들은 자신의 활약상을 SNS에 올리고, 국감장에서 드러내지 못한 ‘속내’를 SNS에 올리기도 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19일 감사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제가 한번 누워보겠다”며 신문지 2장반을 펼치고 국감장에 누웠다. 서울구치소의 수감자 1인당 평균면적인 1.06㎡(약 0.3평)가 얼마나 좁은지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노 의원은 “인권침해라고 해야 하는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수용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수용된 방의 크기는 일반 수용자들의 10배에 달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행안부 국정감사에서 직접 김부겸 장관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추해 맞히는 모습을 선보였다.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의 유출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13일 이뤄진 경찰청 국정감사장에서 이철성 청장을 몰카로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진 의원은 국감장 책상에 놓인 탁상시계와 생수병 등을 활용한 몰카로 이 청장을 촬영했다. 경찰청장조차 감쪽같이 당할 정도로 몰카의 위험성이 크다는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

EMP(전자기파) 충격기를 직접 만들어 와 국정감사장에서 선보인 의원도 있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12일 과학기술정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좌관이 만들어온 EMP 충격기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가 실제로 작동을 멈추는 것을 시연했다. 북한의 EMP 공격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국정감사장에서 말하지 못한 속내를 SNS에 털어놓는 의원들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8일 “인간적으로 너무 힘듭니다”라며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박 의원은 “(의사진행이) 이미 공정성을 잃었다”며 “법사위니 적폐청산위니 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이러다 인격파탄나겠어요”라고 했다. 전날 진행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질의를 두고 한국당 의원들과 거친 신경전을 벌인 뒤였다.

참고인도 예외는 아니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국감이 진행되던 오후 5시쯤 “과도한 정치적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더니 민주당·정의당 의원께서 추가 질의하겠다고 못 가게 한다”며 “어떤 날카로운 질문을 할지 기대된다”고 비꼬는 글을 올렸다.

의원들의 막말과 실수들도 계속됐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을 상대로 “소속 직원인 A씨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했으나 기관이 방치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정 원장이 “그런 얘기를 전혀 들은 적 없다”며 계속 부인했지만 김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김 의원이 착각한 것으로 드러났고 김 의원은 유감을 표했다.

매년 반복되는 ‘막말’도 여전했다. 12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이주영 한국당 의원이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망나니 수준의 위험 인물”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17일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현 정부에 긍정적인 취지의 답변을 하자 ‘박쥐인생’이라고 비꼬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