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갈림길에 섰다. 통합파와 자유한국당의 보수 통합 논의가 속도 조절에 들어간 가운데 자강파 일각에서 국민의당이 포함된 중도·보수 통합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당과의 ‘중도·보수 통합’ 카드는 실제 당 대 당 통합보다는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견제구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철수 대표가 전면에 나선 국민의당은 19일 바른정당에 대한 러브콜을 이어갔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원내정책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국정감사가 끝나고 양당 통합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양당 지도부 차원의 통합 가능성 논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안 대표는 지난 주말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을 만나 양당 간 통합 필요성과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권한대행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당제의 불씨를 살리고 개혁적 중도가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며 “국민의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대해 의원들과 당원들의 의사를 확인할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가장 적극적이다. 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한국당 내 중도·보수 세력이 통합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민의당은 물론 한국당내 개혁 보수 가치에 공감하는 인사들까지 포함한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해 한국당에 합류하는 것을 보수 대통합으로 불러선 안 된다”면서 “그것은 바른정당 파괴공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바른정당 국민의당 한국당의 3당 중도보수 세력의 통합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특히 국민의당과의 통합 조건에 대해 “통합을 할 때 너무 세세한 조건까지 따질 수는 없다”면서도 “햇볕정책과 지역주의 문제는 선행 합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국민의당 안 대표도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11월 13일까지 3당 중도보수 세력의 통합에 속도를 낼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당 내부에서 통합 논의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의원이 통합의 조건으로 제시한 ‘햇볕정책과 지역기반 포기’를 언급하며 “우리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반발했다. 박 전 대표는 “12∼15명의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갈 것”이라며 “(국민의당에는) 몇명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당의 정체성 차이 등으로 인해 당 지도부의 러브콜이 효과를 보더라도 의원 4∼5명 수준의 ‘이삭줍기’에 그칠 것이라는 논리다.
바른정당 자강파인 하태경 최고위원도 “바른정당의 가장 급선무는 당의 중심을 다시 바로 세우고 통합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11월 13일 전당대회 전에는 당 내부 통합이 제1과제”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로 구성된 ‘국민통합포럼’ 의원 10여명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통합론이 나오는 와중에 우리가 너무 앞서가면 진정성이 깨질 수 있으니 차분하게 나아가자”는 취지의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선 정건희 기자remember@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갈림길에 선 바른정당… 결국 쪼개지나
입력 2017-10-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