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 성장 확인 땐 곧바로 금리 올릴 수도… 강력 시사

입력 2017-10-20 05:00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는 이주열 한은 총재. 뉴시스

한국은행은 1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하며 “세계경제 회복세에 힘입은 수출과 설비투자의 높은 증가세”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민간소비 역시 북한 리스크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비·경제활성화 정책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사상 최장의 추석연휴,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등도 소비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모든 경기회복세 해석은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된다. 바로 기준금리 인상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시기는 언제일까. 일단 내년 1∼2월이 주목받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금리를 인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질문을 받자 “경기나 물가 흐름이 지속적이냐, 기조적이냐를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당장은 금리를 묶지만 한은 전망대로 올해 3% 성장률 달성이 확인되면 곧바로 인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고, 올해 성장률 3% 달성 여부를 체크한 뒤에 우리 기준금리를 높이는 쪽으로 옮겨갈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핵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올해 안에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올해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딱 한 차례(11월 30일) 남아 있다. 이 총재는 평소 과감하고 선제적인 기준금리 대응을 강조해 왔다. 12월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한·미 간 완전한 금리 역전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본유출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총재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이기 때문에 금리 대응을 내년으로 넘기면 새 총재 인선 등으로 통화정책 결정의 과감함이 방해받을 소지도 있다.

시장은 한은의 ‘신호’에 즉각 반응했다. 채권금리가 일제히 치솟았다. 국고채 1년물은 전날보다 6.9bp(1bp=0.01% 포인트), 3년물은 7.1bp, 5년물은 7.1bp, 10년물은 3.7bp 상승했다. 오전엔 일부 하향 흐름을 보였지만, 금통위를 마친 오후가 되자 급등세로 돌아섰다. 금통위의 발언을 연내 금리인상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다.

한편 한은은 성장률 상향 조정의 근거로 세계경제 회복세와 수출호조 추경집행 효과를 꼽았다. 성장경로상에 ‘사드 갈등’ 완화에 따른 대중 교역여건 개선 호재와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에 따른 소비회복세 확대도 적시했다.

전문가들 역시 실제 성장률 3% 달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내수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를 강화하기 위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의 연장선 위에서 저소득층, 중소기업으로 돈이 돌아 소비성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소득을 실질적으로 늘려주는 정책을 내년 예산안에 담아야 한다”며 “감세보다는 소득을 올려주는 복지, 일자리, 최저임금, 임대료 줄이는 주거정책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홍석호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