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유사수신업체 IDS홀딩스 관련 수사가 대형 비리 사건으로 번질 조짐이다. 검찰이 핵심 브로커의 각종 로비 행각이 기록된 휴대전화를 지렛대 삼아 IDS 측과 유착 정황이 나온 정·관계 인사들의 혐의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가 지난달 28일 IDS 회장 직함으로 활동한 유모씨를 구속하면서 본격화된 이번 사건에서 이미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전직 경위, 국회의원 전 보좌관 등이 수사망에 걸렸다. 하지만 본격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씨를 매개로 IDS와 관계를 맺었던 정치권 및 법조계 인사, 고위 공무원 등으로 수사가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충청지역 출신인 유씨는 1990년대 자유민주연합 후원회 활동을 하는 등 정치권 ‘마당발’로 알려졌다. 검찰은 IDS 측이 고소·고발 등 각종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 무렵 유씨를 영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로비의 중심은 유씨”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 인사들에게 자신을 해외펀딩 전문 사업가로 소개했다고 한다. 인맥이나 실적 과시를 위해 자신의 활동 상황을 경영진에 수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식의 문자메시지를 IDS 실질 대표 김성훈(47·수감 중)씨 등에게 보냈다. 또 유력 인사 접촉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보관했다. 검찰은 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을 거쳐 핵심 수사 단서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김씨도 불러 유씨의 로비 행적 관련 조사를 벌였다.
18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구 전 청장은 “성공한 동향 선배로 알고 만났다”고 항변했지만 유씨가 남긴 문자메시지, 사진 등에 발목이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19일 “구 전 청장이 쉽게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혐의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구 전 청장은 유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은 대가로 강남경찰서 경사로 있던 윤모씨를 경위로 승진시켜 영등포경찰서 지능팀으로 발령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이 IDS 측이 낸 고소 사건을 윤씨에게 맡겨 IDS 요구대로 처리되도록 한 것으로 의심한다. 서울경찰의 수장이 이른바 ‘청부수사’에 관여했다는 뜻이다.
이번 수사의 칼끝이 충청권 출신 전·현직 의원, 금융당국 고위층 등을 향하게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름이 거론되는 현직 A의원은 유씨와 초등학교 동문이며, A의원 보좌관을 지낸 변호사가 IDS 고문을 맡기도 했다. 전직 B의원의 경우 IDS에 투자금을 넣고 3억여원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IDS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경영진이 수기로 정리한 정·관계 로비 장부가 존재했으며 현재 이 장부가 파기됐는지, 누군가가 보관 중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나오는 혐의대로 가고 있으며 수사 대상이나 방향은 정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휴대전화에 가득찬 로비 증거… ‘IDS홀딩스 게이트’ 조짐
입력 2017-10-19 18:46 수정 2017-10-19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