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며 19일 불출석한 가운데, 최순실(61)씨가 자신을 ‘오토 웜비어’에 빗대며 구속 재판의 고통을 호소했다. 웜비어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나 6일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9일 열린 최씨와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 혐의 공판에서 최씨는 “만약 고문이 있었다면 ‘웜비어’ 같은 사망상태가 됐을 만큼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또 “검찰이 6∼7개월간 외부인 접견을 막고, 화장실도 다 열려있는 1평 남짓한 방에 CCTV를 설치해 저를 감시하고 있다”며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1년여간 재판에 임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는 박 전 대통령 측이 지난 17일 미국 CNN방송을 통해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최씨는 딸 정유라(21)씨가 지난 7월 법정에 돌연 출석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새벽에 제 딸을 남자 조사관이 데려간 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비난도 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인간으로서 견뎌내기 어려운 정도의 살인적인 재판을 소화하고 있다”며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변호인단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일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처럼) 사임하는 게 옳다는 강력한 주장이 있었다”면서도 재판부를 의식한 듯 “재판장님이 보여준 성실함과 인내심, 법조계에서의 평판을 믿고 변론에 적극 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자신을 ‘오토 웜비어’에 빗댄 최순실 “화장실 열려있는 1평 방을 CCTV로 감시하고 있다”
입력 2017-10-19 18:47 수정 2017-10-19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