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걸린 朴 재판… 연내 선고 어려워졌다

입력 2017-10-19 18:48 수정 2017-10-19 21:46

지난 4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소 이후 쉴 틈 없이 달려왔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늦춰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2차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사선 변호 포기와 재판 불출석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19일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애초 목표로 했던 신속한 심리는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많다.

재판부는 바로 국선 변호인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법원 관할구역 안에 사무소를 둔 변호사와 공익법무관, 사법연수원생이 선정 대상이다. 국선 변호인의 기본 보수는 사건당 40만원이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최대 5배인 200만원까지 보수를 늘릴 수 있다. 피고인당 변호인 1인 선정이 원칙이지만 사안에 따라 복수의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조계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의 비협조와 낮은 보수를 감수하며 10만쪽 분량의 방대한 기록을 검토할 변호인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선정한 국선 변호인은 스스로 사임할 수 없다. 사유를 제시하며 “선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할 순 있다. 재판부로서도 국선 변호인들과의 의견 조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정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재판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재판을 열고 서두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절차 등에 있어 흠이 잡힐 상황을 만들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20일 최순실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국정농단 심리를 이어간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다른 국정농단 핵심 피고인들의 1심 선고 결과가 먼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연내 선고는 어려워졌다. 내년 2월엔 법원 정기 인사가 예정돼 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인사 시점까지 심리를 끝내지 못하면 재판부가 교체될 수 있다. 연임될 경우 같은 재판부가 심리를 이어가게 된다.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정농단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비롯된 이번 재판이 산으로 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보일 모습이 아니다”고 촌평했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