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 없다”

입력 2017-10-19 19:00 수정 2017-10-19 23:54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부당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는 옛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합병한 두 회사를 다시 분리해야 할 만큼의 문제는 없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19일 옛 삼성물산 주주 일성신약 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취소해 달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법적 공방 1년8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일성신약 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 삼성총수 일가를 위해 이번 합병이 이뤄졌다며 소송을 냈다.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개입해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재판부는 “일성신약 등이 낸 증거만으로는 이번 합병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만 주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정인의 기업 지배력 강화가 법으로 금지되지 않은 이상 이러한 이유만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비록 합병이 이 부회장의 ‘포괄적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 해도 주주들에게 손해만 입혔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합병이 삼성그룹과 각 계열사 이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도 봤다.

두 회사 간 합병 비율에 대해서도 “자본시장 법령에 의해 산정됐고,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가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절차에 위법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최광 당시 국민연금 이사장이 합병 과정에 보건복지부 등이 개입했다는 걸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위법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이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형사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얻기 위해 최순실씨 모녀에게 승마 지원 등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존재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가현 양민철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