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관련국 간 이견이 있을 경우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등재 심사를 보류하기로 했다. 2015년 중국의 난징대학살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에 발끈한 일본 정부가 심사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이번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유네스코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세계기록유산 제도 개혁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관련국 사이에 사실관계나 역사인식의 견해가 다른 등재 신청물은 당사국 간 대화를 통해 의견이 하나로 정리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용이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결의안에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인한 정치적 긴장을 피할 것을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에게 주문하는 문구가 담겼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봄까지 마련키로 했다.
이번 제도 변경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등재 여부다. 지난해 한·중·일 포함 8개국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가 위안부 자료 등재를 신청했고, 오는 24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심사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새 심사제도는 내년 봄 이후 신청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위안부 자료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산케이신문도 위안부 자료가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등재를 막으려고 분담금 감축 카드로 유네스코를 압박해온 일본 정부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정치적 이용을 피한다는 게 결의안에 들어갔으니 그에 따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위안부 자료가 등재된다면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탈퇴를 검토할 수도 있다. 전날 산케이신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유네스코의 정치화를 비난하면서 탈퇴를 통보한 것이 일본의 결단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은 유네스코가 문화유산 관련 문제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준 것을 문제 삼아 탈퇴를 선언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세계기록유산 등재 관련국 이견 땐 심사 보류” 유네스코, 日 요구대로 제도 변경
입력 2017-10-19 18:15 수정 2017-10-19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