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표팀 감독 선임 기구 만들겠다”

입력 2017-10-19 18:54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력 부진에 대해 사과하고 경기력 향상 방안을 밝히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만들고,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정몽규(55) 대한축구협회장이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에 대해 사과하고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하지만 많은 축구팬들이 원하는 대표팀 내 인적쇄신은 빠져있어 악화된 국민감정이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정 회장은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대표팀이 부진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표팀의 전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코치 선임, 강팀과의 평가전, 전지훈련 등을 세밀하게 챙기겠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위해 프로팀 감독들과 기술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감독 선임위원회’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축구협회는 잇단 악재로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축구협회 전현직 임원 11명은 공금을 멋대로 사용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런 가운데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최근 러시아, 모로코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모두 참패했다. 이 때문에 지난 16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10월 세계랭킹에서 한국은 62위로 추락해 처음으로 중국(57위)에 뒤지는 수모를 당했다.

신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할 때 일부 축구팬들은 항의 시위를 벌이며 신 감독과 김 기술위원장의 사퇴, 문화체육관광부의 축구협회 비리 감사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정 회장은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정 회장은 최근 불거진 ‘히딩크 논란’에 대해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 이번 사태는 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일어난 것 같다”며 “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의 비리 문제에 대해선 “임원 비리가 과거의 일이라고 책임을 면제받을 수 없다”며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는 대로 조직개편을 하겠다. 젊고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해 팬들과 교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축구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의 발표가 해명과 형식적인 사과에 그쳐 팬들의 불신을 해소하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축구협회는 이날 11월 대표팀 평가전을 콜롬비아(10일), 세르비아(14일)와 치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팀 모두 최근 지역예선에서 러시아월드컵 직행에 성공한 강호다. 신 감독은 오는 30일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선수 23명을 발표한다.

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