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지출 구조조정 이어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도 높아졌다

입력 2017-10-20 05:00

전북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소리창조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또다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초 1540억원 규모의 예산 요구안을 822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였지만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예타 조사는 정부의 대형 공공투자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미리 평가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투입된 비용 대비 편익을 산출하는 경제성 분석(B/C분석)이 핵심이다. 소리창조 클러스터의 경제성 분석은 0.20이라는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경제성 분석은 1을 넘겨야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기재부는 19일 “정책목표와 연계성이 낮고, 사업이 개발하려는 기술·제품·서비스가 민간에서 이미 개발됐거나 상용화된 경우가 많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최근 각 부처와 지자체 사이에서는 기재부의 예타 조사를 통과하기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소리창조 클러스터를 비롯해 기재부가 가장 최근에 실시한 예타 조사 3건 중 2건에 ‘타당성 없음’ 결론이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진주∼광양 전철화 사업만 통과했다.

올해 예타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기재부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한 예타 조사는 총 28건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5건이 ‘타당성 미확보’ 판정을 받았다. 제도가 시행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예타 조사 통과 비율이 65.1%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추세는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 허리띠 졸라매기’ 기조가 예타 조사에도 반영되면서 기준이 엄격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지역구를 둔 의원들 사이에서는 기재부의 ‘깐깐함’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SOC 투자가 생산유발 효과가 큰데도 최근 관련 예산이 많이 줄었다”며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SOC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낙후된 지역을 배려해 예타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예타 분석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성’ 항목의 가중치를 줄이고, 25∼30%인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