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 “4차 산업혁명, 정치적 극단선택 높일 것”

입력 2017-10-19 20:39
뉴시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로봇 보급률이 2% 낮았다면 미시간주 등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도 낮았을 겁니다.”

칼 프레이(사진)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 교수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조찬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이 사람들의 정치적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레이 교수는 미국 직업의 47%가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2013년 ‘고용의 미래’ 논문으로 유명한 미래 일자리 전문가다.

그는 “미 대선에서 ‘내 일자리를 기계에 뺏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트럼프를 지지하는 경향이 높았다”면서 “거의 모든 서비스가 기계에 의해 대체될 미래에는 극단적 정치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계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선진국보다는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 자동화로 인한 정치적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게 그의 경고다.

프레이 교수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기계화, 자동화 속도가 달라지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인도처럼 저숙련·저임금 노동이 가능한 곳에서는 기계보다 사람을 쓰는 게 더 효율적이지만 일본에선 자동화가 유리하다”면서 “바이오나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새로운 고숙련 일자리가 생긴다고 해도 특정 지역에 쏠릴 것이므로 양극화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이 교수는 그러나 인간의 노동이 인공지능(AI) 등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00년 전에 비해 임금이 800%나 높아졌지만 사람들은 더 벌어 더 쓰고 싶어 한다”면서 “높은 소득과 소비를 원하는 욕구가 존재하는 한 일자리 수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