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헌법재판소를 “예외적이고 특수한 정치적 사법기관”이라 규정하며 헌재가 추진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의 재판까지도 헌법소원 청구 대상으로 삼는 개념인 재판소원은 현재 허용되고 있지 않지만, 헌재는 기본권 확대를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보여 왔다. 헌재의 입장과 다르게 나타난 유 후보자의 인식은 그의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던 1997년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금지의 논리 및 정책적 이유’ 논문을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유 후보자는 “법원 중에서 대법원이 최고법원인 동시에 헌법기관이고, 이와 별도로 헌재도 예외적으로 한정된 정치적 사법권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이라며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우리 헌법 취지에 부합하는 당연한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공권력의 기본권 침해를 헌재에 호소할 수 있게 하면서도 “판결로 인한 피해를 구제해 달라”는 식의 심판 청구는 불허하는 것이다.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이 판결에 적용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인정된다. 대부분 기각·각하 처분이 내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재판소원 접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헌재가 추진하고 대법원이 반대하는 재판소원은 학계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입법·행정뿐 아니라 사법의 영역에서도 공권력이 기본권에 영향을 미친다며 재판소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 재판소원이 법원에 전속된 사법권을 침해하며 헌재가 사실상 ‘제4심’이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헌법 선진국들의 사례도 엇갈린다. 독일은 재판소원을 허용하고 오스트리아는 허용하지 않는다.
유 후보자는 논문에서 재판소원이 “사법제도의 혼란만 초래하고 권리구제 제도에 역기능을 할 우려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소송 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법원이 기본권을 보장하는가, 헌재가 기본권을 보장하는가 하는 점은 전혀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재판소원이 필요하다면 헌재가 광범위한 재판권 행사를 감당할 조직·구조를 갖추고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재판관을 뽑는 게 우선이라고 유 후보자는 지적했다.
반면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영역에 있어서는 헌재의 판단 영역이 돼야 한다”며 재판소원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도 지난 2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헌법소원 제도가 민주적 정당성이 강한 입법권은 통제하면서, 상대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약한 사법권과 행정권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권력분립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한 헌재는 유 후보자가 20년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서 피력한 견해이며 당시에 비해 헌재의 위상도 달라졌다며 평가를 아꼈다. 한 관계자는 “헌법재판관 9인 체제의 취지는 다양성”이라는 말로 에둘러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헌재, 재판소원 안된다” 유남석 논문 쟁점화 예고
입력 2017-10-19 18:46 수정 2017-10-19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