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최근 10년 동안 국가정보원에 대해 한 번도 감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김선일 피랍사건이 감사원의 마지막 국정원 감사였다고 한다. 또 청와대와 국회는 재무감사만, 검찰청의 경우 벌과금 징수 실태 등 일반 행정사안만 감사를 받았다. 주요 권력기관들이 감사원 감사 안전지대에 있었던 셈이다.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감사원이 헌법상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감사원의 더 큰 문제는 정치 도구화다. 감사원이 정권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4대강 사업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전날까지 계획이 없다던 감사원은 말을 바꿔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엔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감사 실태를 발표했다. 누리과정 예산 부담 의무가 중앙정부가 아니라 시·도교육청에 있다는 게 골자다.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였다. 그 이전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권력의 입맛에 맞춘 감사의 예는 일일이 손가락을 꼽기 어렵다. 최근 부처마다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고 있다. 감사원이 불편부당한 감사를 해 왔다면 과연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사원의 정치 도구화는 제도와 내부 개혁 의지 결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대통령 대면 보고 등에서 받은 지시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 행정부 수반이 5급 이상 공무원부터 감사원장까지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감사원 직원들의 청와대 파견 관행도 문제다. 현재 9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정권과 코드 맞추기를 위한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정부기관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감사원 직원들의 적지 않은 비리도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감피아’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감사원은 누가 감사해야 하나’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성역 없는 감사가 이뤄져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위해 이제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는 갓을 벗겨내야 할 때가 됐다.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두는 나라는 흔치 않다. 미국과 영국은 의회 소속이고, 독일과 프랑스는 독립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립기구화는 정치적 중립 논란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회 이관도 검토할 만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는 감사원의 내부 개혁 의지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했던 한 전직 감사원장의 이임사를 되새겨보자.
[사설] 권력기관들에 대한 감사 강화해야
입력 2017-10-19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