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또다시 분열 부른다

입력 2017-10-19 17:37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일 법정에 나가지 않았다. 건강이 나빠 출석할 수 없다는 불출석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건강 문제라기보다는 지난 16일 선언한 ‘재판 보이콧’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사임의사를 철회하지 않았고, 새로운 변호사 선임계도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국선변호인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선변호인 접견을 거부하면서 계속 법정에 나오지 않을 경우 재판은 지연되고, 궐석재판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또 다시 사회 분열의 불씨가 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오는 21일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 법치의 몰락과 투쟁을 선언했다”고 주장하고, ‘총동원령’이라는 말로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전후해 최고조에 달했던 혼란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을 계기로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29일 촛불집회 1년을 앞두고 각종 행사와 집회가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충돌 우려까지 다시 나오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쏟아지는 안보와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상황인데 자꾸 뒤를 돌아보며 머뭇거리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을 정치적 이슈로 만들려는 시도를 그만두는 것이 옳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된 뒤 단 하나의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했던 전략에 차질을 빚자 법정을 떠나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면 잘못된 판단이다. 우리나라 법치(法治)의 수준은 정치재판의 희생자라는 주장이 인정될 만큼 낮지 않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우리 현대사를 놓고 본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박 전 대통령과 다른 피고인들, 검찰, 변호인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까지 차분하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거나 당파적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된다. 거리에서 도를 넘는 주장을 펴며 흥분하는 것도, 피고인들을 조롱하듯 비난하는 것도 결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