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병원은 충남대학교에 가해자로 지목된 ㄱ씨의 징계를 요구했고 대학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ㄱ씨는 교수 신분은 유지하되 진료 등 병원 업무에서는 배제됐다. 대학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가) 조사를 통해 의과대학 학생지도 등을 제한하는 등의 징계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대병원 노조는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 사실을 더 찾아 이후 중징계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성추행 사건 초기 참고인 및 증인들에 대한 조사가 부실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본지 취재결과, 전공의, 의대생, 교수, 간호사 등 다수의 목격자가 있음이 확인됐지만, 병원 측은 당초 참고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었다. 과연 초기 조사가 적극성을 가졌는지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기자에게 조사 단계에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반면, ㄱ씨는 대학의 처분에 불응, 피해자들에 대한 고발을 비롯해 병원 및 대학에 대한 정부 부처 등에 진정서를 접수하겠다고 모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당초 ㄱ씨는 본지와의 대면 인터뷰를 재차 원했지만, 이미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 그의 주장이 대부분 반영되었다고 판단, 쿠키뉴스는 별도의 인터뷰를 진행치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성추행은 수년에 걸쳐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진술을 보면 ㄱ씨의 부적절한 언행은 지난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본지가 입수한 피해자들의 진술서에 따르면, 성추행과 관련해 현재 ㄱ씨가 주장하고 있는 ‘본인에 대한 음해’나 ‘수술 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음은 피해자 진술 중 일부이다.
▶2017년 3월 이전=처치실에서 ㄱ씨는 간호사의 팔 안쪽 살을 만졌다. 가령, “장갑을 가져와라”고 지시하면서 장갑을 가리킬 때 윗 가슴을 일부러 스치고 지나가거나, 방향 지시를 하고는 내가 뒷모습을 보이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 치는 등의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2016년 하순∼2017년 초=수술방으로 침대를 나르고 있는데, ㄱ씨가 지나가면서 “잘하고 있느냐”며 내 오른쪽 엉덩이 정중앙을 한차례 만졌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수술실이라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난 몹시 당황해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2010년 중순=회식자리에서 ㄱ씨는 안주로 나온 바나나를 자르더니 맥주병 입구에 끼우고는 병을 흔들어 밖으로 올라오게 했다. 바나나로 남성의 성기 모양을 만든 것이다. 그는 날 포함한 간호사들과 전공의들에게 바나나를 들이밀며 “신기하지? 이것 누가 먹을래?”라고 말하며 재미있어 했다.
▶2016년 8월=잠시 환자가 끊긴 터라 ㄱ씨와 나만 외래진료실에 있었다. ㄱ씨는 내게 “나 바지 안에 아무것도 안 입었어, 노팬티야”라고 말하며, 엉덩이를 내밀어 팬티 자국이 보이지 않음을 보였다. 이어 “누가 내 바지를 내리기라도 하면 거시기가 보일 거야”라고 말했다.
한편, 피해자 중 1명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해당 병원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
충남대병원 성추행 공방 2라운드… 추가조사후 징계한다지만 피해자 고통은 현재진행형
입력 2017-10-22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