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기구 멸균 곳곳 구멍… 환자 안전 위협

입력 2017-10-22 19:15
의료법 시행규칙 하의 ‘의료기관 사용기구 및 물품소독 지침’에 따른 수술기구의 소독 및 멸균에 대한 지침은 있지만, 강제력이 부족하고 제도적인 허점으로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안전과 더불어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수술 기구 멸균 작업 장면.

올해 초 대구 모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70대 여성이 20일 만에 패혈증으로 숨졌다.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되어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2008년에도 무릎 인공관절 삽입술을 받은 60대가 패혈증으로 숨진 사례가 있다. 이 환자는 수술부위에 슈퍼박테리아가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고 인공관절 보형물 제거수술까지 받았지만 한 달 뒤 결국 패혈증으로 숨졌다.

매년 끊이지 않는 ‘수술부위감염(SSI, Surgical Site Infection)’은 의료감염 사고 중 가장 많다. 이는 수술 후 환자들의 사망률, 이환율, 재원기간 및 진료비용을 증가시키는 중대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수술부위 감염률은 2∼9.7% 정도로 보고 되는데, 수술부위감염 때문에 재원기간은 평균 5∼20일 연장되며 의료비는 평균 215만원이 추가로 든다. 이 중 30%는 감염 치료를 위한 약제비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2∼2017년 2월 접수된 수술 감염 의료분쟁 조정·중재 신청은 238건으로 전체 감염 관련 분쟁 신청(528건)의 45.1%를 차지한다.

수술에 사용하는 다양한 의료기구는 감염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수술기구의 멸균은 외과적 감염관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시발점이다. 수술칼, 수술가위, 집게 등 수술에 사용하는 다양한 수술 기구들은 일회용 소모품을 제외하고 모두 재사용된다. 수술용품 재처리 과정에서 표준화되고 검증된 멸균 절차를 따라야만 확실히 멸균된 안전한 수술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내의료기관 수술실 감염관리 실태와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2015), 감염 예방의 기초인 세척·멸균 활동부터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165개 병원 중 59.8%(98곳 정도)의 병원만이 수술 후 수술 기구의 손세척과 기계세척을 병행하고 있었다. 여기에서도 멸균지침을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대한 보고조사는 누락돼있다. 일부 병원에서 생물학적 지표를 이용한 멸균확인을 누락하거나 멸균확인을 하더라도 확인주기를 권고안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연구조사도 있다.

국내 병원에서 멸균지침 이행이 부실한 이유는 이에 대한 강제력 있는 지침이나 표준이 없어서다. 4년마다 진행되는 병원 인증 조사 등을 통해 멸균지침 이행여부에 대한 조사는 시행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멸균 검사가 끝나기 이전에 환자에게 물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수술부위감염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조사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4∼5월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11개 의료기관에 시정명령 조치를 했다. 이후에 관련 내용(11개 기관 시정명령 조치)으로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들과 대책 마련에 대한 정책 협의를 진행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의료기관 감염관리 지침을 수정해서 반영했다.

현재 관련 지침을 의료기관에 모두 배포한 상태이고, 의료기관 감염관리 담당자 교육(FMTP, Field Management Training Program)도 실시했다. 또 6월 22일자로 ‘의료기관 사용 기구 및 물품 소독 지침’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의료기관의 소독과 멸균에 대한 감염관리를 강화하도록 조치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개별 의료기관의 감염·소독 관리에 대해 주기적인 조사와 점검을 할 계획이다. 복지부 차원에서는 전반적인 관리. 실제 현장에서 정기적인 조사 등은 각 지자체에서 담당한다.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점검을 하고 의료인 감염관리 담당자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리고 확인하겠다. 또한 각 지자체의 감염관리 업무 담당자들에 대한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도 실시하고, 현장에서 감염관리가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감염·소독 점검 관련해서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각 지자체를 통해 전체적으로 실태점검을 했다. 지자체에서 정기적으로 실태점검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보건복지부 고시 개정도 됐고 해서 올해 말에 점검(의료기관에 대한 소독·멸균 현황)을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도 의료기관의 소독·멸균 관리가 보다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기관, 지자체 등과 함께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