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9차 당대회] 시진핑 2기… 막 오른 ‘1인 권력체제’

입력 2017-10-19 05:0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00여명의 당대표들이 모인 이날 무려 3시간24분 동안 지난 5년간의 성과와 집권 2기 구상을 담은 68쪽의 보고서를 읽었다. AP뉴시스

‘習의 황제 대관식’… 후계 지정 않고 3연임 가능성도
언론들 “당 대회 통해 무소불위 권력 틀어쥘 것”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출범을 알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시 주석의 권력이 어느 정도 강화될지에 쏠려 있다. ‘시진핑 사상’이 당장(黨章·당헌)에 어떻게 명기되는지와 당 주석제 부활 여부 등의 윤곽이 잡혀야 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중화권 매체들과 서방 언론들은 대체로 시 주석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틀어쥐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인 체제 장기화라는 의미에서 19차 당대회가 시 주석의 ‘황제 대관식’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2022년에 퇴진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이번 당대회에서 2300명의 대표들이 당장 수정 작업과 함께 당과 군에 대한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7상8하’(67세 연임, 68세 퇴임) 원칙이 공산당의 불문율이지만 시 주석 장기 집권의 길을 터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장기 1인 체제는 한때 후계자로 거론됐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공산당 서기까지 숙청되면서 이미 예고돼 왔다. WSJ는 당 고위 인사가 시 주석의 업적을 칭송하면서 임기 연장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당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시 주석이 2022년 이후 당 주석 제도를 부활시켜 당 주석 지위를 차지해 집단지도체제를 폐기하고 1인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번 당대회를 중국판 ‘왕좌의 게임'으로 표현했고,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거취에 주목했다.

시 주석이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새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수차례 강조하고 세부 지침까지 제시한 것도 주목된다. 시 주석이 국가통치 이념으로 강조해온 ‘치국이정(治國理政) 신이념, 신사상, 신전략'을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로 정의해 당장에 명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덩샤오핑이 처음 제시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을 계승·발전함으로써 시 주석이 덩샤오핑의 권위를 이어받으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덩샤오핑은 1982년 12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처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을 천명하고 개혁·개방을 실시했다.

만약 시 주석 1인 체제가 공고해진다면 후계자 구도 역시 의미가 축소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차기 후계자로 천민얼(56) 충칭시 서기와 후춘화(54) 광둥성 서기가 유력하다. 7상8하 관례에 따라 50대인 이들은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해야 5년, 10년 뒤 중국을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화권 매체에선 시 주석이 후계자 지명 없이 3연임을 위한 권력 구도를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 서버를 둔 보쉰은 후춘화와 천민얼이 탈락하고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자오러지 중앙조직부장이 상무위원에 입성할 것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보쉰은 5년 전인 18차 당대회 때 현재의 상무위원 7인 명단을 족집게처럼 맞힌 매체다.

홍콩 명보도 이번 당대회에서 선출될 230여명의 중앙위원 명단 작성을 시 주석이 직접 지휘한 점을 근거로 후계자 지명이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전날 퉈전 중앙선전부 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중앙위원과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선출 과정에서 시 주석이 직접 조장을 맡아 위원 추천과 심사 등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