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의 중심은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이다. 그동안 부처별로 사회적경제기업 지원방안이 나온 적은 있지만 체계적인 종합대책이 마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문화적 취약 계층 및 지역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정부의 심산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자생력 낮은 사회적경제기업들만 우후죽순 생산해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전히 생소한 사회적경제
사회적경제가 국내에 도입된 시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다. 재화를 생산·판매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지만 이익창출보다는 구성원 간의 연대와 협력 이익공유 등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인쇄물과 커피 등을 제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와 인천지역 내 60여개 동네서점 사업자들이 꾸린 협동조합 ‘인천서점’ 등이 대표적이다.
도입기를 지났지만 사회적경제는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만4948개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9만1100명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년 사회적경제기업의 고용비중은 전체 고용인원 대비 1.4%에 불과하다.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된 유럽연합(EU)의 6.5%에 한참 못 미친다. 정부는 사회적경제가 EU 수준으로 활성화되면 약 13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사회적경제는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경제”라고 강조했다.
금융 등 사회적경제 전폭 지원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은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우선 신용보증기금에 5000억원 규모의 사회적경제 지원 계정을 신설해 사회적 기업의 금융접근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행 1억원인 사회적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지원 한도는 3억원까지 늘어난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만 대상으로 하던 보증지원 적용범위도 마을기업과 자활기업까지 확대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자금 중 사회적경제기업에 투입되는 비중도 늘려갈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소기업 정책자금 4조5000억원 중 사회적경제기업에 투입된 돈은 0.18% 수준인 82억원에 불과하다. 6억 파운드 규모의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을 두고 있는 영국 등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판로도 뚫어준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물품·용역 입찰시 사회적경제기업에 주어지는 가점을 상향조정하고, 의무구매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민간 부문에서의 판로 확대를 위해 기존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정보제공 사이트를 확대·개편하고, TV홈쇼핑과 백화점 등 기존 유통채널과의 연계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분야별 진출 촉진책도 마련됐다. 사회적경제를 사회서비스를 비롯해 주거환경, 문화예술, 프랜차이즈, 소셜벤처, 지역연계 등 총 6개 분야로 구분한 뒤 각각의 장애요인들을 분석하고 맞춤형 지원을 해 나간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셜벤처 분야는 투자기관을 찾기 어려워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1000억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펀드’를 신설해 내년부터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좀비’ 사회적기업 양산 우려도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두고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는 부실 사회적경제기업들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1506개의 사회적기업 중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곳은 356개에 불과했다. 4개 중 3개꼴로 적자를 보고 있다는 말이다. 90% 안팎의 높은 생존율(3년 기준)을 감안하면 사회적기업 대부분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정부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우범기 장기전략국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장기 비전과 추가 대책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5개년 종합계획을 내년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일자리+취약계층 지원’ 사회적경제 육성 새 실험
입력 2017-10-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