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9차 당대회] 시진핑 3시간24분 서서 연설

입력 2017-10-19 05:02 수정 2017-10-19 10:10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18일 열린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3시간24분 동안 선 채로 연설해 대회장을 압도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었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지난 5년간의 집권 1기 성과를 홍보하고 집권 2기의 정책 구상을 설명하는 내용의 보고서는 68쪽에 달했다.

오전 9시에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입장한 시 주석은 잠시 뒤부터 연설을 시작했고 12시30분을 넘겨 연설을 마쳤다. 가장 강조된 용어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로 69차례나 언급됐다. 이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32차례, ‘샤오캉 사회 실현’이 17차례, 반부패 투쟁 20차례, 종엄치당 7차례 순이었다. 연설문에 담긴 글자 수는 3만1894자나 됐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지난 18차 당대회 때 읽었던 연설문은 2만8733자였다. 연설이 길어지자 100세의 고령인 쑹핑 전 정치국 상무위원은 도중에 회의장을 나갔다. 연설이 끝나자 후 전 주석이 웃는 표정으로 시계를 가리키며 시 주석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업무보고가 길어진 이유를 놓고 시 주석 뜻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아 많은 설명이 필요했을 것이란 추측과 1인 권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란 해석이 엇갈렸다.

개막식에는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았던 장쩌민 전 국가주석도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시 주석 다음으로 대회장에 들어선 그는 보좌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시 주석 옆에 앉았다. 91세지만 휠체어를 타지 않았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장 전 주석은 시 주석의 연설문을 돋보기로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지만 피로감을 느꼈는지 중간중간 하품을 하는 모습이 포착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장 전 주석이 건재함을 보여줬지만 노쇠함까지 감추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최근 외신과 소셜미디어 등에선 장 전 주석의 건강을 둘러싸고 사망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소문을 불식시켰으나 지난 8월 베이다이허 비밀회의에 불참하자 건강이상설이 다시 확산됐다.

앞서 중화권 매체들은 시 주석과의 관계가 틀어진 장 전 주석과 후 전 주석이 당대회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보도해 왔다. 시 주석이 장 전 주석의 권력 기반인 상하이방을 척결하고, 후 전 주석의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도 부패와의 전쟁에서 적잖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