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결핵병원 종사자 보호대책 마련해야”

입력 2017-10-22 20:12
김승희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국립결핵병원에 대한 전면조사를 실시하고, 의료인을 포함한 종사자 보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현 기자

국립마산병원과 국립목포병원의 직원 상당수가 잠복결핵에 감염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비례)이 보건복지부와 국립마산병원·국립목포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국립결핵병원 직원 잠복결핵 감염 현황’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립마산병원과 국립목포병원은 보건복지부 직할 전국에 2곳뿐인 국립결핵병원으로, 결핵환자의 진료·연구, 결핵전문가 양성 및 결핵관리요원의 교육·훈련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의료기관이다. 그러나 이곳의 직원들은 잠복결핵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올해 9월 기준 두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248명 중 2012년 이후 잠복결핵 양성판정을 받은 인원은 총 10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립결핵병원 직원의 41.1%에 해당하는 수치다.

왜 이처럼 잠복결핵 감염률이 높을까? 일단 국립결핵병원 직원은 밀폐된 공간에서 결핵환자와의 직·간접적인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반결핵 및 잠복결핵에 감염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현재 국립목포병원은 20년이 넘은 노후건물을 사용 중이며 의료진과 환자의 동선분리가 어려운 병상시설로 인해, 결핵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 보건복지부 담당자의 설명이다. 국립마산병원은 지난 5월 음압격리병상시설을 갖춘 병원건물을 신축했다. 직원 수의 차이도 있지만, 병상 시설의 개선은 잠복결핵 감염률을 일정부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립마산병원은 직원 158명 중 52명(32.9%)이, 국립목포병원은 직원 90명 중 절반이 넘는 50명(55.6%)이 잠복결핵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중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소속 의료인 109명 중, 잠복결핵 양성판정을 받은 인원은 42명(38.5%)이었다. 의사 15명 중 4명(26.7%)이, 간호사 94명 중 38명(40.4%)이 잠복결핵에 감염됐다.

비의료인도 잠복결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체 72명 중 29명(40.3%)이 감염된 상태로, 직종별로 보면 ▶방사선사 75% ▶임상병리사 44.4% ▶행정직 42.2% ▶간호조무사 33.3% 순이었다. 이밖에도 간병사 및 환자·직원식당 근무자 등 용역직원 67명 중 31명(46.3%)도 잠복결핵 양성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결핵병원 직원 중 잠복결핵 감염 후 치료제를 복약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와 관련 현장에서는 “치료제 복용 시 부작용으로 인해 정상생활이 어려워 환자를 돌볼 수 없다. 설사 치료를 받아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병가 등으로 자릴 비울 시 남은 인원들이 그만큼의 부담을 떠안는 셈”이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잠복결핵은 제3군감염병으로 분류되지만, 전염성이 없어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강제적 치료에 대한 법적근거도 없거니와 의료진과 직원 부재 시 이를 대체할 인력 또한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치료는 사실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립결핵병원 직원이 잠복결핵에 감염됐을 경우 질병관리본부의 국가결핵지침을 참고할 뿐, 세부적인 내부지침이나 대응매뉴얼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일선에서 결핵균에 노출된 채 헌신하는 국립결핵병원 직원에 대한 배려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희 의원은 “결핵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국립병원 종사자들이 잠복결핵에 감염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복지부는 국립결핵병원에 대한 전면조사를 실시하고, 의료인을 포함한 종사자 보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김 의원은 지난달 15일 결핵 검진 의무대상 기관에 학원을 추가하고, 종사자들이 정기적으로 결핵검진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결핵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