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는 쫓아냈지만… 전쟁보다 복잡한 라카 재건

입력 2017-10-19 05:03

조각난 시멘트와 철근 더미 위로 샛노란 시리아민주군(SDF) 깃발이 펄럭였다. 깃발이 꽂힌 시리아 라카 중앙광장 분수대에 모인 SDF 병사들은 AK47 소총과 M16 소총을 함께 쥔 채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었다. 병사들을 비추는 화면에 다른 살아 움직이는 물체는 없었다. 45개월 전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병사들이 도시를 강탈한 뒤 환호하던 곳이다.

IS의 ‘수도’ 라카를 연합군이 탈환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도시 곳곳에서 수복을 기뻐하는 병사들의 환호성과 축포가 들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도시를 대거 떠난 데다 현지 세력 간의 이해관계도 복잡해 도시 재건에는 오랜 시간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돈, 또 엄청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언론인과 주민이 SNS에 올린 영상을 보면 시리아군과 쿠르드 인민수비대의 연합군사조직 SDF 병사들은 3년 전 IS가 도시를 점령하고서 그랬듯 전차를 타고 라카 중앙광장을 돌며 승리를 만끽했다. 2013년 3월 또 다른 극단주의 무장조직 알누스라전선에 점령됐던 라카는 이듬해 1월 IS의 손에 들어간 이래 이라크 모술과 함께 IS의 근거지 역할을 했다.

라카는 미군이 주도한 공중 폭격으로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돼 폐허로 변했다. 건물 대부분이 박살났고 그 잔해가 도로를 온통 뒤덮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지난 4개월 동안 325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이 중 민간인 사망자가 1130명으로 3분의 1에 달한다.

앞서 러시아와 시리아군의 폭격으로 죽어나간 이를 따지면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난다. 시민 27만명이 집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미군 대변인 라이언 딜런 대령은 “도시에 널린 부비트랩과 폭발물을 제거하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누가 도시를 통제할 것인가도 민감한 문제다. 라카를 탈환한 SDF는 주로 쿠르드족이다. 라카에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던 이들은 앞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거나 분리독립을 위한 협상카드로 라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시아파 정권도 영토 수복 차원에서 라카를 되찾으려 할 것이다. 이 경우 라카 주민 대부분이 정권의 탄압을 받는 수니파여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