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습기살균제 ‘면죄부 판정’ 회의록 보니… 봐주려고 ‘작정’

입력 2017-10-18 18:33

공정거래위원회는 1심 판결 기능을 가진 준 사법기관이다. 재판 격인 위원회가 열리면 심사관(검찰)과 피심인대리인(변호사)은 치열한 논쟁을 하고, 위원들은 중립적 위치에서 이를 판단하는 게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2일 열린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한 공정위 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심사관은 혐의 입증 의지가 보이지 않고, 위원들은 이미 ‘이 제품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듯한 태도를 보였다.

18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로부터 입수한 당시 회의록을 보면, 모 위원은 “질병관리본부라든가 환경부, 여러 기관의 조사결과를 보면 직접적으로 이 제품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현재까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심사관은 “직접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를 인정한다.

그러나 이보다 1년 전인 2015년 환경부는 이 제품 원료인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이 함유된 제품의 인체 유해성을 인정한 상황이었다. 심사관과 소위원회 위원이 2015년 환경부 조사결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관련 물질 유해성 실험은 인체 유해성 입증에 부족한 증거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자 두 업체의 대리인은 “질병관리본부의 실험부분이 완전치 않다는 (의원)말씀이 맞다”고 맞장구쳤다.

이후 위원들은 “제품 위해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생산이 오래 전 중단됐고 실험할 수 없는 상황”이라든지 “과거 제품 회수 유해성 감정 의뢰가 불가능하지 않느냐”라는 증거불충분을 입증하는 듯한 단정적 질문을 던졌고 그때마다 심사관은 “예”라고 답했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