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수습 부재 3500점, 경복궁서 파주로 이송

입력 2017-10-18 18:38 수정 2017-10-18 21:40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부재보관소에서 최병선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사무총장(왼쪽)이 숭례문 화재 피해 부재의 이송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재 후 수습돼 이곳에 보관됐던 부재들은 새로 마련된 파주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로 이사 간다. 뉴시스

18일 오전 10시 서울 경복궁 내 부재보관소. 창고 같은 건물의 문이 열리자 숯검정이 된 육송기둥, 단청 흔적이 남은 서까래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2008년 2월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육송기둥과 처마 등이 속수무책 타들어갔다. 이후 버려진 줄 알았던 숭례문 화재 피해 부재들이 이곳에 분산 보관 중이다.

나무류, 기와류, 철물류 등 3500점이 넘는 부재(部材)들이 번듯한 새집이 마련됨에 따라 이사를 간다. 문화재청은 이날부터 한 달 동안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숯검정이 된 육송 자재들이 나무상자에 담겨 5t 무진동(無振動)차량에 조심스럽게 실리는 모습은 국보급 보물의 이송 장면을 방불했다.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청의 치욕이다. 그 ‘아픈 상처’도 잊지 않기 위해 제대로 보존하겠다는 다짐을 보는 듯했다.

옮겨진 건축 부재는 살균·훈증 소독 등을 거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화재 이후 쓸 만한 자재는 숭례문 복원 때 사용됐고, 여기 보관된 것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들”이라면서 “하지만 단청 안료·수종(樹種)·칠목 기법 등의 연구 조사에 필요하며 기획 전시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5년간 252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12월 정식 개관하는 파주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는 1만2000㎡ 연면적에 항온·항습 기능의 수장고와 연구·전시·사무공간을 갖추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