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개막한 중국의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축전을 보냈다. 2012년 11월 제18차 당대회 때 전달한 축전에 비하면 내용이 짧아지고 ‘조·중(북·중) 친선’이란 표현도 빠졌다. 냉랭한 북·중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축전에서 “중국 인민은 공산당의 영도 밑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 위업 수행에서 커다란 전진을 이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당대회를 축하하고, 원만한 성과를 거두기를 축원한다는 내용을 합해 모두 3문장, 200자 분량이다. 5년 전 18차 당대회 때 북한은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수호하고 대를 이어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는 내용의 800자 분량 축전을 보냈었다.
지금의 불편한 북·중 관계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간 깊은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많다. 시 주석은 핵·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는 김 위원장이 ‘자기과시에 매몰된 경험 없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권력 승계 이후 시 주석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컸다. 이렇게 파인 감정의 골이 북한의 잇단 도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맞물려 더 벌어진 것이다.
관계 개선 시도가 있기는 했다. 시 주석은 2015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했다. 김 위원장도 답례차 그해 연말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추진했지만 무대 배경에 등장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 탓에 무산됐다. 두 사람은 집권 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런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축전을 보낸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축전의 내용보다 보냈다는 상징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북한은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진핑 2기 지도부의 한반도 정책이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톤은 조절했다는 얘기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예고한 상황에서 중국에 저자세를 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中 19차 당대회] 北, 달랑 ‘3문장 축전’… 냉랭한 북·중관계 반영
입력 2017-10-1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