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년여 심리 끝에 ‘그림 대작(代作)’ 논란을 촉발한 가수 조영남(72)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미술계 및 예술계의 창작활동과 거래관행에 있어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화가 송모(61)씨 등에게 그리게 한 뒤 가벼운 덧칠 작업만 한 작품 21점을 자신의 그림이라며 17명에게 팔아 1억53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조씨는 첫 공판에서부터 “조수를 쓰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송씨 등 대작 화가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도구와 재료를 이용해 독립된 작업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작업했다”며 “조씨가 작품에 관여한 정도 등을 비춰봤을 때 이들은 단순 조수가 아닌 독자적으로 창작에 참여한 작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작가가 소재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를 조수나 보조 인력에게 그림 등으로 표현토록 하는 게 현대미술의 흐름이라는 주장도 “조씨의 경우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에 비춰보더라도 용인 가능한 한계를 벗어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조씨는 ‘미술계의 관행’이란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내 미술계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미술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대작 화가들을 단순히 자신의 수족으로 취급하며 그들이 들인 노력이나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등 수많은 무명작가에게 자괴감을 안겨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대작’ 조영남 사기혐의 “유죄”… 징역 10개월, 집유 2년
입력 2017-10-18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