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조영남 사기혐의 “유죄”… 징역 10개월, 집유 2년

입력 2017-10-18 19:35
가수 조영남(72)씨가 18일 그림 대작 사건의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1년여 심리 끝에 ‘그림 대작(代作)’ 논란을 촉발한 가수 조영남(72)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미술계 및 예술계의 창작활동과 거래관행에 있어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화가 송모(61)씨 등에게 그리게 한 뒤 가벼운 덧칠 작업만 한 작품 21점을 자신의 그림이라며 17명에게 팔아 1억53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조씨는 첫 공판에서부터 “조수를 쓰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송씨 등 대작 화가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도구와 재료를 이용해 독립된 작업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작업했다”며 “조씨가 작품에 관여한 정도 등을 비춰봤을 때 이들은 단순 조수가 아닌 독자적으로 창작에 참여한 작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작가가 소재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를 조수나 보조 인력에게 그림 등으로 표현토록 하는 게 현대미술의 흐름이라는 주장도 “조씨의 경우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에 비춰보더라도 용인 가능한 한계를 벗어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조씨는 ‘미술계의 관행’이란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내 미술계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미술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대작 화가들을 단순히 자신의 수족으로 취급하며 그들이 들인 노력이나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등 수많은 무명작가에게 자괴감을 안겨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