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NC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는 팀이 2-4로 뒤지던 5회초 1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려 경기를 뒤집었다. 스크럭스의 한방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NC는 13대 5 대승을 거뒀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스크럭스처럼 승부를 뒤집는 해결사 역할을 한 용병들은 누가 있었을까.
‘검은갈매기’로 부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펠릭스 호세(당시 롯데 자이언츠)는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7전4승제) 5차전에서 팀이 3-5로 뒤지던 9회말 2사에서 역전 끝내기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임창용에게 뽑아낸 이 홈런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극적 홈런 중 하나로 회자된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몰렸던 롯데는 호세의 한방에 힘입어 뒤집기에 성공,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듬해인 2000년엔 현대 유니콘스 톰 퀸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는 당시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3연승을 한 뒤 3연패를 당했다. 운명의 7차전에서 퀸란은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4회말 3점홈런을 터뜨렸고 이어 8회말 솔로포를 날렸다. 이날 6타점으로 맹활약하며 6대 2 팀 승리를 견인했다. 7차전 대활약으로 퀸란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선 두산의 ‘흑곰’ 타이론 우즈가 6경기에서 타율 0.391(23타수 9안타) 4홈런 8타점을 기록, 팀의 우승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2014년 삼성의 통합우승을 견인한 야마이코 나바로도 포스트시즌에서 빛난 용병이었다. 나바로는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삼성이 4-1로 앞서던 6회초 무사 1, 2루에서 쐐기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은 홈런을 비롯,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33(24타수 8안타) 4홈런 10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나바로 역시 MVP에 선정됐다.
국내보다 큰 물에서 논 경험이 많은 외국인 타자들은 상대적으로 집중력과 긴장감이 높은 큰 경기에서 해결사 본능을 발휘, 결정적 한방을 보여주곤 했다. 이들은 재계약을 앞둔 상태에서 자신의 가치를 부각하기 위해 가을야구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 맹활약을 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NC 스크럭스, 두산 닉 에반스, KIA 타이거즈 로저 버나디나 중 누가 팀 승리의 요정이 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1차전 ‘한방’ 스크럭스처럼… 역대 PS서 빛났던 용병들
입력 2017-10-18 18:42 수정 2017-10-18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