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하 <5> “오두막에 전기를” 기도 4개월 뒤 놀라운 일이…

입력 2017-10-20 00:01
오두막 앞에서 찍은 큰 아이 고은(오른쪽)이와 둘째 동엽이 모습. 한겨울 눈이 오면 길에 내린 눈이 녹을 때까지 우리는 꼼짝하지 못했다.

오두막에서 밥 짓는 연기가 날 때면 그곳이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여기는 너희를 위해 마련한 에덴동산 같은 곳이란다”라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불편하고 위험했다. 밤에는 자동차에서 떼어낸 낡은 배터리를 충전해 5촉 꼬마전구로 방 안을 밝혔다.

어느 날 아이들을 남겨두고 저녁예배를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다며 자랑했다. “글쎄 배터리가 다 닳아 불빛이 희미해지는 거야. 너무 무서워 기도했어. ‘하나님, 엄마아빠가 오실 때까지 저 불빛이 꺼지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더니 아직까지도 불빛이 안 꺼졌어. 신기하지?”

지금이야 ‘하나님께서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이들에게 믿음을 심어주셨구나’ 하고 감사할 일이지만 그 말을 들은 그때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그 불빛 때문에 맹수들이 오두막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는데 배터리가 방전되어가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너희들을 지키는 사람이야. 너희를 지키기 위해 아빠는 어떤 용기도 낼 수 있어”라는 말로 안심시켰던 기억이 난다.

이튿날 날이 밝자 나는 곧장 한전으로 달려가 전기와 전화를 가설할 수 있는 방법을 캐물었다. 하지만 우리 오두막이 위치한 지역은 큰돈이 든다는 한전 직원의 말만 들은 채 돌아와야 했다. 우리 가족은 함께 손잡고 기도했다. 어쨌든 오두막에 전기가 들어오도록 말이다.

그런데 4개월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설치에 400만원이 든다던 전화는 전화국에서 공짜로 놓아주었다. 또 1200만원 있어야 한다는 전기는 100만원의 가설비만으로 들어왔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하나님이 우리 기도를 들으셔서 전화와 전기를 놓아주셨다고 간증한다. 아내와 나는 전화와 전기가 설치된 것보다 아이들에게 귀한 믿음이 생겨난 것을 더욱 감사하고 있다.

하루는 내가 야간신학을 하느라 강릉에 갔을 때다. 잠자리에 누운 큰아이 고은이가 다급하게 비명을 질러댔다. 아내가 깨 보니 몸길이가 15㎝나 되는 지네가 고은이 손가락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오두막이 위치한 곳이 습했으므로 지네가 자주 발견됐으나 지네에 물리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지네에 물리면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소리를 들었으므로 고은이는 “엄마 나 이제 죽는 거야”라며 울부짖었다.

밤인데다 차도 없었다. 걸어서 읍내 병원까지 가면 독이 온몸으로 퍼질 게 뻔했다. 어쩔 수 없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보건소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캄캄한 밤에 오두막까지 오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고은이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는지 유언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나 잘못한 거 많지? 용서해주세요. 엄마, 그리고 나, 천국 가겠지? 우리 천국에서 또 만나는 거죠?”

순간 아내는 이 예쁜 아이를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는가 싶어 눈물이 범벅이 됐다. 그리고 “고은아, 엄마는 네가 엄마 딸이어서 너무 행복했어. 난 고은이의 엄마였던 게 자랑스러워”라고 했다. 다행히 보건소 소장님이 긴급히 달려와 응급처치를 해주셨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