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것들로 마음껏 행복할 때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

입력 2017-10-19 00:01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피조물인 우리로 하여금 이 땅에서 그가 주신 온갖 선물을 마음껏 누리고, 하나님을 기뻐하며 살아가길 바라신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땅의 것들’이라니.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혹시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는 골로새서 3장 2절을 떠올렸다면, 책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근접한 셈이다. 결정적 힌트는 부제에 있다. ‘땅에 있는 것으로 하나님을 기뻐할 수 있을까.’ 그렇다. 이 책은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다룬다. 많은 크리스천이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큰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에도 ‘이게 나의 우상은 아닐까’, ‘내가 지금 죄 짓는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빠지며 괴로워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범사에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를 진심으로 갈망하지만, 막상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 중심의 삶인지를 몰라 갈망하는 사람들, 그리스도 한 분만 좇아야 하는데, 세상에 자꾸 한눈을 파는 것 같아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존 파이퍼 목사의 영향을 받은 ‘기독교 쾌락주의자(Christian Hedonist)’다. ‘쾌락’이란 어감이 불편하게 다가올지 모르나 이는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 안에서 가장 만족할 때 우리 안에서 가장 영광을 받으신다”고 믿고 하나님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저자는 현재 미국 베들레헴신학교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고 있다.

책 전반부에서 기독교 쾌락주의의 관점에서 기본적인 신학적 요소들을 점검한다. 5장까지 하나님이 천지를 어떻게 지으셨는지, 창조 세계는 어떤 곳인지, 피조물인 인간의 의미와 대속에 대해 다룬다. 이 과정에서 파이퍼 목사와 더불어 18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신학자 조너선 에드워즈, 20세기 영국 작가 CS 루이스, 그리고 성경을 동원한다.

이어 6장부터 이를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다룬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라’(고전 10:31)는 권면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신지향성(Godwardness)’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심령을 하나님 쪽으로 움직여 우리의 사고와 애정과 행동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으로 귀착되게 하는 것’이다. 묵상하며 성경읽기, 개인기도, 공동체 예배 등 하나님께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직접 신지향성’과 ‘간접 신지향성’으로 나뉜다. 간접 신지향성은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매 순간 하나님 자신을 계시하는 세상과 우리가 적극적으로 교류할 때 무의식중에 하나님께 집중하게 되는 것’으로 식사, 운동, 취미활동 등이 해당한다.

저자가 말하고픈 내용을 신학적 토대 위에서 성경적으로 뒷받침하며 소개하는 책은 많다. 이 책의 장점은 거기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8장 ‘하나님 아닌 것을 갈망하기’의 진솔한 자기 고백이 시선을 붙든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에 대한 에피소드부터 수년간 불임으로 고통스러워하다 아들을 얻은 뒤 쓴 시까지 들려준다.

“하나님이 주실 수 있는 이 땅의 어떤 선물보다 아이가 좋습니다 … 갈망이 너무 강렬해서 자칫 슬픔으로 하나님을 무고하게 될까 봐/영원하신 품안에 날마다 우리를 안아주시는 하나님께 말합니다/당신이 주실 수 있는 아무리 좋은 선물도/가난하고 궁핍한 죄인을 위해 중보하시는/살아 계신 그리스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요./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흔들릴 수 없는 기쁨을 발견합니다. 그 기쁨에 비하면 어떤 아이도 희미한 메아리에 불과합니다.”(382쪽)

그 무엇보다 자녀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 순간에도 하나님을 놓지 않기 위해 그가 치러냈을 삶의 전투가 짐작된다. 우리 모두는 결국 어떤 적과 싸우고 있느냐만 다를 뿐 누구나 그런 삶의 전장 터에 서 있지 않은가. 저자는 “나는 모든 현실을 하나님의 소통으로 바라보는 것이 거룩함을 향한 경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고백으로 우리를 격려한다.

시종일관 저자는 ‘기독교 쾌락주의’란 용어가 남용될 수도, 오용될 수도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삶을 통해 결코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내 맘대로 행복해도 된다는 방종의 허락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심지어 고난도, 희생도, 자기 부인도 기쁨으로 감내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의 말처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매 순간이 곧 하나님과의 소통이며, 내 말과 행동이 결과적으로 하나님을 증거하는 것임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땅의 것들로 마음껏 행복해도 괜찮지 않을까.

곁들여 읽을 만한 책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기독교 고전으로 꼽히는 세 권


조 리그니의 ‘땅의 것들’(좋은씨앗)은 기독교 쾌락주의(Christian Hedonism)에 대한 이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조화롭게 삶에 적용할 방법까지 함께 논하고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기독교 쾌락주의를 좀 더 알고 읽으면 훨씬 풍성한 독서가 가능하다.

이 말을 처음 만들어 사용한 사람은 존 파이퍼 목사다. 국내에서는 기독교 희락주의, 또는 기독교 기쁨주의 등의 이름으로 소개됐다. 파이퍼 목사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1항을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원히 즐거워함으로써 그분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새로이 해석하면서 이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 제안을 담은 하나님을 기뻐하라(생명의말씀사)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 세속적인 것으로 인한 기쁨과 즐거움을 억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신앙의 지평을 열었다. 동시에 여러 반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파이퍼 목사에게 영향을 준 사람은 다름 아닌 18세기 영적 거장 조너선 에드워즈다. 에드워즈 목사의 ‘하나님의 천지창조 목적’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것이 곧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지창조의 목적을 깊이 있는 묵상을 통해 파악한 에드워즈 목사의 저서는 파이퍼 목사에게 새로운 단초를 제공한 고전이다. 부흥과개혁사가 펴낸 하나님의 열심은 에드워즈의 원전과 함께 이에 대한 파이퍼 목사의 해설 및 분석까지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파이퍼 목사에게 영향을 준 또 다른 사상가는 CS 루이스다. CS 루이스는 그의 저서 영광의 무게(홍성사)에서 인간의 행복이 적극 추구해야 할 사안임을 역설한다. 그는 “복음서가 당당하게 약속하는 보상을 생각하면 우리 주님은 우리의 갈망이 너무 강하기는커녕 너무 약하다고 말씀하실 듯하다”며 지속적인 행복이 우리가 자제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세 권 모두 기독교 고전으로 꼽힌다. 저마다의 색채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에 대해 찬찬히 되돌아보게 하는 자극을 선사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