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과 에누리∼ 추억을 팝니다” 충주 자유무학시장 르포

입력 2017-10-19 05:00
충북 충주시 자유무학시장 마스코트 '삼돌이'와 상인들이 18일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최대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충주시내 5곳의 전통시장을 연계하는 행사를 19일부터 진행한다. 충주=이병주 기자
자유무학시장 전경. 충주=이병주 기자
12일 오후 2시, 보슬비 내리는 충북 충주 자유무학시장에 7080 가요 ‘유리창엔 비’가 잔잔하게 퍼졌다. 여성복 가게 ‘현대양행’ 사장이면서 상인방송 DJ 박마리(48·여)씨가 날씨에 맞게 선택한 노래다. 박씨는 자유무학시장 안에 마련된 ‘추억의 음악 DJ’ 부스에서 평일 메인 DJ를 맡고 있다. 그는 “축제가 열리는 19일에는 젊은 사람부터 중장년층까지 몰릴 거예요. 트렌디하면서도 축제 분위기에 맞는 ‘아모르파티’로 분위기를 띄워야하죠”라며 아나운서처럼 말했다.

19∼31일 열리는 ‘전통시장 가을축제’를 앞둔 자유무학시장은 들떠 있었다. 상인들은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며 “시장은 물건이 아닌 문화를 파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축제는 국내 최대 쇼핑관광 축제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일환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다. 전통시장 가을축제가 열린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다만 자유무학시장이 가을축제 ‘거점시장’으로 선정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행사 규모가 지난해보다 4배나 커졌다. 축제 기간과 5일장이 겹치는 20일, 25일, 30일엔 시장이 특히 붐빌 것 같다. 상시 점포 700여개, 노점 560여개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시내외 손님 1만여명이 함께 어우러져 북적이기 때문이다.

6·25전쟁 때부터 터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먹자골목’은 음식이 익어가며 내뿜는 김으로 자욱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두건을 쓴 아주머니들은 자유무학시장이 자랑하는 ‘시래기순대국’과 ‘감자만두’를 만들었다. 장날이 아닌 평일인데도 손님들은 바깥 자리까지 나와 밥을 먹었다. ‘왕순대왕만두’ 사장 윤순애(75·여)씨는 “시장 음식이 지저분하다는 건 편견”이라며 “요새는 보는 눈이 많아져 시장에서도 ‘위생·청결’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자유무학시장 고객지원센터에 있는 키즈카페에도 사람이 몰렸다. 어린아이들은 ‘뽀로로’와 ‘스펀지밥’ 캐릭터가 그려진 방에서 장난감을 만지고 놀았다. 어른들은 그 옆 테이블에서 차를 마셨다. 검은 비닐봉투에서 막 사온 시장 음식을 꺼내 먹기도 했다.

키즈카페 한켠에 마련된 ‘키즈카페 DJ박스’는 컴퓨터와 각종 음향장비들이 갖춰져 있었다. 잘 정비된 개인방송 스튜디오를 닮은 모습이었다. 이곳은 SNS로 충주 안팎에 있는 시장 고객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공간이다. 복고풍으로 꾸민 추억의 음악 DJ가 중장년층을 겨냥했다면 키즈카페 DJ박스는 젊은층을 노렸다.

축제 기간 중 22일에는 5000원만 내면 맥주와 치킨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생닭집에서 치킨집으로 닭을 납품하면 치킨집에서 곧바로 닭을 튀겨내는 식으로 운영된다. 시장 마스코트인 장돌뱅이 ‘삼돌이’와 ‘삼순이’ 탈을 쓴 가이드들도 시장을 돌며 축제 안내를 할 예정이다.

가격 정찰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청과물 가게 ‘야채나라’에는 ‘오이 2개 1000원’ ‘애호박 3개 2000원’ 등 당일 채소 가격이 쓰여 있었다. 점포 주인은 “날마다 시세에 따라 가격을 적어둔다”며 “무게 단위로 파는 고추와 시금치 등은 덤으로 주고 에누리도 받는다”고 했다.

카드결제와 현금영수증 발급은 모든 가게에서 가능하다. 청과물 가게 ‘충주사과직판장’을 운영하는 신재하(52·여)씨는 “시장에서는 카드결제와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 전통시장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축제 기간에 많은 사람이 시장을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주=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