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종교개혁의 불길이 어떻게 유럽과 미국을 거쳐 한국까지 확산됐는지를 다뤘다. 책은 목회자와 신학자로 구성된 5명의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기록했다. 종교개혁 발상지인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와 영국, 미국과 한반도 곳곳을 답사하며 종교개혁의 불길이 퍼져나간 역사의 흔적을 추적했다. 역사적 장소와 인물 소개로만 그치지 않고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을 평가하고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종교개혁자들과 독자 사이의 교감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도홍 백석대(역사신학) 교수는 비텐베르크시의 개혁 규례안이 등장하면서 갈등을 빚은 루터와 칼슈타트 간의 논쟁을 소개한다. 이들의 입장은 달랐지만 개혁의지는 같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주 교수는 “한국교회는 명백한 죄악을 목격하면서도 개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잘못은 인정한 다음 개혁의 일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서대천 서울 홀리씨즈교회 목사는 칼뱅의 출생지인 프랑스의 느와용과 위그노 대량 학살지인 바시를 방문하며 위그노들의 수난사를 접한다. 저자는 거기서 위그노의 삶과 칼뱅의 사상은 신약성경 복음서가 보여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칼뱅은 엄격한 장로교 사상을 확립한 개혁가였을 뿐 아니라 사랑과 관용의 사도였다. 위그노의 비폭력적 행동과 순교를 통해서는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보여준 비폭력 무저항운동과 일제 치하의 순교자들을 떠올린다.
책은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과 정보도 제공한다. 영국의 셀리나 헌팅던 백작부인은 18세기 조지 윗필드, 존 웨슬리와 찰스 웨슬리 형제를 후원했던 주인공이자 복음을 위해 자신의 재산과 명예를 다 바친 헌신적인 여성이었다. 백작부인은 당대 복음전도자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귀족 사회에 복음을 전했고 별세할 때까지 63개의 예배당을 세우는 등 영국 복음주의운동 확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필자인 고성삼 서울 사랑의교회 대외총괄 목사는 “하나님은 ‘21세기의 셀리나’를 통해 유럽의 무너진 교회들을 다시 세우고 있다”고 전한다.
박용규 총신대 신대원(역사신학) 교수는 미국이 배출한 신학자와 전도자, 선교사의 생애를 감동 넘치게 전한다. 박 교수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경우 현대 개신교의 아버지 윌리엄 캐리의 신앙을 소유했다고 평가했다. 복음전도와 교육, 의료선교와 성경번역, 문서선교, 연합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언더우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고 단언한다.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은 한국교회 스승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오늘의 한국교회를 반추한다. 그는 ‘교회는 조국을 위해 느헤미야처럼 울어야 한다’고 호소한 한경직 목사의 메시지를 찾아내 사분오열된 한국교회 앞에 던진다. 김 전 총장은 “개신교 전래 132년 만에 한국교회가 부흥과 성장을 이룬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 분명하다”며 “그러나 이런 축복을 받고서도 국가와 민족의 구원, 사회 변화를 위한 사명을 바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회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은 국민일보가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연재한 기사를 묶은 것이다. 한국교회 갱신을 위해 고민하는 독자나 신앙의 유산을 따라 살기로 결단하는 이들에게는 귀한 동반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500년 전 종교개혁 현장과 오늘 한국교회 ‘교감의 다리’
입력 2017-10-1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