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상징적 수도인 시리아 라카에서 17일(현지시간) 완전히 패퇴했다. 지난 4년 가까이 국가를 참칭하며 잔혹한 테러로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IS의 몰락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반군과 쿠르드 인민수비대의 연합 군사조직인 시리아민주군(SDF)은 이날 IS로부터 라카를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SDF의 탈랄 실로 대변인은 AP통신에 “이제 우리 군이 라카 전체를 통제하고 있다. 테러리즘의 수도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SDF는 지난 15일부터 라카에서 IS가 최후 방어진지로 삼은 병원과 운동장을 공격했다. 앞서 라카시민위원회와 IS의 협상에 따라 조직원과 그 가족 등 3000명이 떠난 후 IS 조직원 300여명이 최후의 항전을 벌였다. IS가 패퇴한 뒤 마지막 교전이 벌어진 운동장에는 쿠르드 인민수비대의 깃발이 내걸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통신은 라카에서 더 이상 총격전이 벌어지지 않고 있으며 SDF가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도 국제 동맹군의 지원을 받은 SDF는 지난 6월부터 라카 탈환에 나섰다. 4개월간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면서 민간인을 포함해 3000여명이 목숨을 잃고 27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IS가 지난 7월 최대 도시 모술에 이어 라카에서 물러난 것은 사실상 패배를 의미한다.
2014년 이라크의 불안한 정치상황을 틈타 알카에다의 잔존 세력이 만든 IS는 기존 테러세력과는 달리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국가)’를 선포하며 급속하게 세를 확대했다. 전성기에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600만명을 통치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리아 동부 유프라테스 계곡과 사막지대로 밀려난 상태다. 비록 국가로서 동력은 상실했지만 아직 조직 전체가 궤멸한 단계는 아니다. IS 수뇌부가 라카 포위 전에 유프라테스 계곡으로 빠져나갔으며, 무장대원 8000여명이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프라테스 계곡은 IS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은신처 후보지로 꼽힌다. 2014년 6월 IS의 칼리프로 지명된 알바그다디는 그 다음 달 모술에서 설교한 것 외에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월 알바그다디를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IS는 지난달 28일 알바그다디의 육성 메시지라며 46분짜리 음성 파일을 유포, 수괴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IS는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처럼 험준한 오지를 배경으로 끈질긴 저항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IS, 본거지 라카서 SDF에 완전 패퇴… 몰락 가속화
입력 2017-10-17 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