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물대포 맞고 쓰러진 뒤에도 17초 더 살수

입력 2017-10-17 22:14

농민 백남기씨가 집회 현장에서 살수포를 맞고 쓰러져 사망한 건 ‘국민에 대한 국가의 공권력 남용’이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었다. 검찰은 차벽 설치, 살수차 사용, 최루액 혼합 살수 등 경찰의 집회 관리 조치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살수차 살수 행위와 관련해 ‘가슴 이하 겨냥’ 운용지침을 위반하고 이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점은 위법하다고 봤다.

2015년 11월 14일의 비극은 살수차 ‘충남9호’가 급히 이동하면서 시작됐다. 애초 서울 안국로터리 근처 북인사마당에 배치됐던 충남9는 시위 진압 과정에 동원된 살수차의 호스가 끊기면서 종로구청 앞 사거리로 급히 투입됐다. 구은수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지시였다. 충남9호가 현장에 도착한 오후 6시50분쯤엔 몇몇 시위대가 경찰버스에 밧줄을 걸고 잡아당기고 있었다. 곧장 “빨리 살수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충남9호는 5차례 최루액을 0.5% 농도로 섞은 물 약 4000ℓ를 발사했다. 물대포 세기는 점점 세졌고 약 2800rpm(분당회전수)가량의 고압 직사 살수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백씨가 쓰러졌다. 백씨가 수압에 못 이겨 2m가량 뒤로 튕겨 나갔지만 직사 살수는 17초간 더 지속됐다. 백씨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백씨 유족 측은 ‘충남9호가 수압제한 3000rpm을 초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충남9호의 수압 제어 장치는 고장 나 있었다. 검찰은 “제한을 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순 없으나 넘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살수요원 한모 최모 경장이 백씨 머리 부위에 직사 살수해 두개골 골절을 입게 하고 11개월 뒤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했다. 검찰은 한 경장에게 살수차 고장 사실을 숨기고 안전 검사 결과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별도로 적용했다.

검찰은 현장 총괄지휘관이던 구 전 청장도 재판에 넘겼다. 구 전 청장은 백씨 머리를 향한 직사 살수가 이뤄지는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서도 현장지휘관인 신윤균 당시 제4기동단장이나 살수요원에게 이를 중단시키거나 별다른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에 대한 살수와 관련해서도 구 전 청장은 당시 상황실에서 “빨리 살수를 하라”고 경비과장을 통해 거듭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신 전 단장 역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경우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

글=황인호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