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임 헌법재판소장 지명 문제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기존 헌재소장 권한대행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던 청와대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헌재소장 임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신임 헌재소장을 지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이 확대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신임 헌재소장을 지명하는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가장 쉬운 방법은 현재 공석인 재판관 1명을 임명한 이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것이다. 1988년 헌재 설립 이후 조규광 김용준 윤영철 이강국 등 1∼4대 헌재소장이 이런 방식으로 지명됐다.
이 경우 헌재소장 공석,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체제 장기화 등 각종 논란이 일거에 해소된다. 다만 새로 지명된 헌재소장 겸 재판관에 대한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국정철학에 맞는 ‘신선한’ 인물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 진보·보수 양쪽에서 동의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내부 고민도 있다.
두 번째로는 현 8명 재판관 중 김 권한대행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 중 한 명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문재인정부 이전에 임명된 재판관인 만큼 정치적 부담이 현저히 줄어든다. 정치권의 헌재소장 논란을 가라앉히고 헌재의 비정상체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꼽힌다. 다만 최선임자인 김 권한대행에 대한 예우가 걸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문 대통령이 직접 페이스북에서 국회를 향해 삼권분립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김 권한대행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신임 지명자를 ‘차선’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점도 부담이다.
마지막으로 공석인 재판관을 먼저 임명해 9인 체제를 갖춘 뒤 다시 헌재소장을 논의하는 방식도 있다. 신임 재판관 또는 현 재판관 중 1인이 헌재소장이 된다는 결과는 같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가 바라는 이상적인 상황은 신임 재판관 임명과 헌재소장 지명 사이에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 문제와 관련해 입법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이 방식을 가장 선호하지만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상황에 따라 3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의 입법 미비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줘야 전체적으로 좋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18일 회의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한 뒤 신임 재판관 인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헌재소장 겸 재판관을 지명할지, 재판관만 임명할지에 따라 인선 성격이 바뀔 수 있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형태의 해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어떤 성격의 재판관을 인선할 것인지 달라질 것”이라며 “검증까지 감안하면 인선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청와대와 국회가 누가 먼저 숙이라고 자존심 싸움을 할 상황이 아니다”며 조속한 해결 의지도 내비쳤다.
글=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靑 ‘헌재 대행체제’ 출구전략 고심… ‘先입법’ 입장 바꿀까
입력 2017-10-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