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당 최대근로시간 행정해석 폐기’ 검토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주당 최대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갑자기 줄이면 산업현장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문 대통령 언급대로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동시에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준비가 안 된 기업에선 고발과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주요 입법현안에 대한 경제계 현안’ 자료에서 “행정해석 폐기 방식의 경우 주 52시간 초과근로 기업은 즉각 형사처벌 대상이 되며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돼 과거 3년치 소급분 청구소송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17일 “중소기업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겪을 것이고 일부 근로자는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갈등과 혼란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이자는 입장이다. 기업규모별로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법에 담기 원하는 것은 2015년 노사정 대타협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을 법 개정 1년 뒤부터 1단계로 100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고 해마다 300∼999명, 100∼299명, 5∼99명 사업장으로 확대키로 합의했다. 특별연장근로시간도 노사 합의 시 주 8시간 허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박재근 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연착륙을 위해선 단계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감축에 따라 휴일근무에 대한 기업의 수당 지급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도 재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재계는 현행대로 휴일근로 50% 할증을 유지하길 원한다. 김 본부장은 “만약 휴일근로 할증이 100%가 되면 버틸 수 있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는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한 정부의 ‘포괄임금제’ 규제 방침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을 임금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제도다. 이승철 태평양 변호사는 이날 경총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단순히 포괄임금제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만으로 장시간 근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근로시간을 통한 근로대가 산정이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근로시간 단축 논란] “中企 줄줄이 문닫을 판”… 초조한 재계
입력 2017-10-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