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은 국정농단 혐의로 법정에 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 비난한 데 대해 “헌법 위반이 주된 문제가 돼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지난 1년간 국민들께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나라를) 이끌어 왔고, 다른 나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국정농단 수사·재판이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됐다고 평가하며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문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총사임하는 등 ‘재판 흔들기’에 나선 데 대해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공판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1996년 3월부터 내란죄·반란죄·수뢰죄 등의 죄명으로 진행된 두 전직 대통령의 공판에서도 변호인단이 사임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국선변호인이 선임되며 재판은 재개됐고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현재 박 전 대통령 공판 등 국정농단 사태의 공소유지는 물론 국가정보원과 교육부 등 정부부처가 의뢰한 사건 수사에 여념이 없다. 문 총장은 중요 사건들을 처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인력을 지원, 여러 갈래의 ‘적폐청산 수사’를 최대한 신속히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수사를 길게 끌면 피로감이 커진다”며 “오래전부터 수사팀 증원을 검토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속한 결론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문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에 “수사 대상을 먼저 정해두는 건 아니다”면서도 “수사를 하다 보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어떤 자료들이 수집될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고발 사건이 배당돼 있다. 문 총장은 “수집된 증거를 외면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어떠한 한정이 있는 건 아니다”고도 덧붙였다.
문 총장은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방안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 때처럼 선명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청렴한 나라, 깨끗한 공직사회의 대의명분에 어느 누가 반대하겠느냐”며 “다만 다양한 방법론이 있어 어느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근 법무부가 공수처 방안에 대해 대검의 의견 제시를 요구했지만 문 총장은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문 총장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방안이 일부 공개됐다. 검찰은 특정 요일을 정해 변호인을 직접 만나 변론을 듣는 변론기일제를 마련해 시범 실시 중이다. 변호인의 수기 메모 허용 등 피의자의 방어권 강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일선 청 결재 과정에서 상급자의 지시를 기록하는 ‘검찰 의사결정 투명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문 총장은 “수사심의위원회와 수사점검단, 의사결정 과정 투명화 방안 등 3가지는 한번 제도화되면 불가역적이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문무일, 朴 ‘정치보복’ 반박… “적폐수사 빨리 끝낼 것”
입력 2017-10-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