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3분기 호실적… 금융지주 원톱 보인다

입력 2017-10-18 05:00
올해는 정권 교체뿐만 아니라 금융권 맹주 교체의 해로도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리딩 뱅크’ 탈환을 외치는 KB금융지주가 실적에서 신한금융지주를 앞지를 모양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누적 순이익이 1조8600억원을 기록하면서 신한금융(1조8890억원)에 간발의 차로 뒤졌다. 하지만 3분기엔 KB금융이 신한금융과 최소 300억원 이상 순이익 격차를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역전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오는 26일, 30일에 각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KB는 2분기 당기순이익 9900억원을 거둬 신한의 8920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앞서 나갔다.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누적 실적은 용호상박(龍虎相搏)이었지만 조만간 확인될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 KB금융이 1위에 등극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소 370억원(대신증권)에서 최대 500억원(FN가이드)까지 KB금융의 우위를 예상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것도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의 충당금 적립이 두드러질 뿐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부담은 미미할 것으로 추산된다.

KB금융이 맹주 자리를 탈환한다면 그 원동력으로는 잘 정비된 계열사 포트폴리오 구조가 첫손에 꼽힌다. KB금융은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손해보험, 캐피털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덕분에 비(非)은행 계열사의 수익 호조라는 ‘지원사격’도 받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시너지를 활용한 ‘일코노미’ ‘펫코노미’ 상품 외에 은행, 보험, 증권의 원스톱 서비스를 위한 복합점포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하반기 최대 리스크였던 경영권 승계 문제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KB금융 발족 이래 처음으로 윤종규 회장이 회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은행장 자리도 잡음 없이 신속하게 분리하면서 ‘영업통’ 허인 행장의 취임을 확정지었다.

다만 두 금융지주 모두 ‘깜짝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윤 회장은 앞서 국민일보에 “일회적이 아닌 지속가능한 1위가 되어야 한다”면서 “아시아에서 명함을 내밀면 ‘아, KB’ 정도의 반응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이 자신감을 보이는 부분도 글로벌, 특히 동남아 현지법인의 약진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베트남 외국계은행 인수, 필리핀 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참여 등 성과를 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이 못했다기보다 KB가 잘한 결과”라며 “2020년까지 글로벌 수익비중 20% 확대 목표에 전력투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