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50·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오른팔’ 추명호(54) 전 국가정보원 국장을 통해 국가 정보기관을 민간인·공무원 사찰 등 불법행위에 동원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두 번의 구속 위기를 모면하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지만 현재 적용된 8개 혐의에 국정원 관련 사안은 없다. 그런데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 조사로 ‘우·추 커넥션’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개혁위가 16일 수사의뢰를 권고한 추 전 국장의 직권남용 혐의는 대부분 우 전 수석과 연결돼 있다.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부하직원을 시켜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의 개인 동향 및 감찰 상황을 사찰, 우 전 수석에게 두 차례 보고했다. 특감반이 우 전 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땅 매각 의혹 등에 대한 감찰 개시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직후였다.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개연성이 높다. 우 전 수석의 현재 혐의는 이 전 감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배가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는 등 특감반 직무수행을 방해한 사안만 들어 있다.
추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있을 때인 2014년 8월 부임한 뒤 ‘최순실 전담팀’을 운영하며 최씨 및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첩보 170건을 생산했다. 국정농단 단초가 되는 첩보였지만 국정원 상부에는 정식 보고하지 않았다. 그가 최씨 정보를 수집한 이유, 우 전 수석에 대한 비선보고 여부 등은 검찰 수사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최씨의 비리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며 “워치독(감시견)으로서 짖지 않은 것이 우 전 수석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추 전 국장이 지난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8명에 대한 세평(世評)을 작성해 보고한 것과 같은 해 6월 우리은행장 비리 첩보를 집중 수집한 행위의 이면에도 우 전 수석의 그림자가 비친다. 우 전 수석은 그해 4월 문체부에 8명 중 6명의 문책 인사를 주문했다.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이유를 묻자 우 전 수석은 “뭘 알고 싶으냐. 그냥 그대로 하면 된다”고 압박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우리은행장 첩보 수집은 그해 7월 최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은행장 인사청탁 관련 문건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때 발견된 점 등에 비춰 최씨 입김의 결과였을 가능성이 있다. 개혁위는 추 전 국장의 불법행위 배경, 우 전 수석 관련성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은 17일 오전 2시10분쯤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및 정치관여 혐의로 추 전 국장을 긴급체포했다. 18일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는 무차별적인 여야 정치인 공격,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및 문화·예술계 인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 각종 정치공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의 정식 수사의뢰서가 접수되면 우 전 수석 관련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드러난 ‘우·추 커넥션’… ‘법꾸라지’ 이번엔 꼬리 잡히나
입력 2017-10-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