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가 단 하루 만에 북부 유전지대 키르쿠크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현지의 핵심지역을 수중에 넣었다.
이라크 정부는 16일(현지시간) “키르쿠크의 모든 지역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정부군이 키르쿠크 주의회 건물에서 쿠르드자치정부(KRG) 깃발을 내리고 이라크 국기만 게양한 것도 목격됐다. 알자지라방송 등도 이라크군이 이날 기갑부대를 앞세워 키르쿠크의 주요 군사기지와 공항, 국영석유회사의 북부 본부 등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KRG 군사조직 페슈메르가의 지휘관은 미 CNN방송에 “이라크 공격으로 최소 16명의 쿠르드족 군인이 사망했다”면서 “우리는 키르쿠크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키르쿠크는 쿠르드족 자치구역은 아니지만 쿠르드족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세계 석유 생산량의 6% 이상을 차지하는 이라크 최대 유전지대다. KRG가 이곳을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 대상 지역에 포함시키면서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증폭됐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양측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온 미국은 그야말로 난항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오랜 세월 쿠르드와 매우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우리는 또 이라크 편에 서 있었다”고 어정쩡한 입장을 내놨다.
이라크 내전 확전 우려 속에 미국에선 시아파 중심의 이라크 정부가 이란에 휘둘리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정부군의 이번 군사행동에는 이란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가 배후에 있고, 시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합의 인증을 거부한 직후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IS 몰아낸 이라크-쿠르드 내전?
입력 2017-10-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