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김인경(29) 선수에게 학사경고를 받은 학기에도 장학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총장이 직접 김씨 성적 관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교육부는 한국외대를 상대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외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학교는 김씨에게 한 학기 403만원씩 입학 후부터 지난해 휴학 전까지 매학기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학교가 지급한 장학금은 총 3000만원이 넘는다. 특히 김씨는 2013년 1학기, 2014년 1·2학기 성적미달로 학사경고를 받았지만 학교 측은 이때도 장학금을 지급했다. 2013년 2학기를 제외한 다른 학기 때는 2점대 성적에 그쳤지만 장학금 지급은 계속됐다.
김씨가 받은 장학금은 HUFS특별장학금(총장특별장학금)으로 학교발전에 공로가 있거나 총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학생에게 지급된다. 해당 장학금은 장애학생, 장학위원회 승인자 등과 함께 학사 성적이 부진해도 예외로 인정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게 외대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외대의 한 교수는 “아무리 학교를 대외에 알렸다고 해도 출석도 안 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학교 홍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리하게 유명 선수를 영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학교 측 개입 정황을 증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교수는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총장이 지시한 대로 학점을 주지 않았다고 질책을 받은 교수들이 있다는 소문은 해당 학부 주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얼굴도 본 적 없는 수강생에게 윗선의 회유나 압력 없이 학점 줄 교수가 세상에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학점 청탁은 동료교수끼리도 금기사항”이라며 “사무직원이 학점을 줄 수 없느냐고 물어본 건 학교 고위층 개입 없이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지난 9월에는 교수협의회와 집행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투서도 돌았다. ‘외대를 사랑하는 이’라는 필명의 이메일에는 “현 총장이 용인캠퍼스 모 운동선수 학생에게 학점 특혜를 주었다는 사실을 이제 엄격하게 검증해야 할 때”라며 “총장이 자신의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학생에게 낙제는커녕 최고의 학점을 주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두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 내부에서 이 같은 의혹이 상당히 퍼져있었던 셈이다.
교육부는 한국외대를 상대로 김씨 출결관리, 학점현황 등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학교에 자료를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우선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뒤 불합리한 부분은 제도 개선 등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경구 손재호 기자 nine@kmib.co.kr
[단독] 학사경고 받아도… 한국외대, 매학기 전액 장학금 지급
입력 2017-10-17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