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7일 오전 서울에 도착해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8일 오후 출국한다. 1박2일의 짧은 방한이지만 의미는 상당하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취임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벌써 세 번째 회담 파트너로 자리를 함께한다. 25년 만에 이뤄지는 미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다. 우리 국회 연설은 24년 만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과시함과 동시에 핵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는 북한을 향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회담 결과에 따라선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상회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는 다양하다. 북핵 문제부터 사실상 재협상 수순에 들어간 자유무역협정(FTA),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그것이다. 어느 것 하나 해법이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성향상 어떤 의제가 추가로 불쑥 튀어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외부 여건도 상당히 가변적이다. 18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시진핑 2기’가 출범한다. 트럼트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이후 곧바로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때에 따라선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공식석상에 등장할 수 있다. 새로운 외교안보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선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될 수도,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 행사를 위한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우리에겐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그러기에 한·미 정상회담의 성패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북핵 저지를 위한 공통 해법을 마련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안별이 아닌 양국 대북 정책의 대원칙을 조율하는 자리가 돼야 하는 것이다. 핵을 이고 사는 우리나라가 북핵 문제 해결의 당사자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북한이 핵 포기를 결단할 수 있을 만큼의 압박을 어떤 수준에서 언제 할지에 대한 단계별 교감은 기본이다. 미국의 군사적 해법 또한 일정 정도 공유해야 마땅하다. 큰 그림마련을 통해 일치된 힘을 김정은에 보여주는 자리가 돼야 하는 것이다.
철저한 사전 조율 작업이 필요하다. 사전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실리적 접근이다. 말을 맞추는 데 주력할 게 아니라 낮은 수준이라도 합의 가능한 실질적 조율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는 과감히 거절해야 마땅하다. 어설픈 사전 조율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비무장지대(DMZ)나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등 형식적 의전에 매달리는 건 시간낭비다. 양국 정상회담 합의문에 어떤 결과를 담아낼지를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자리가 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사설] 한·미, 공통 해법 통해 김정은에 일치된 힘 보여줘야
입력 2017-10-17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