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섬기며 소통하는 ‘감성(感性) 치안’으로 안전하고 행복한 경기북부를 만들겠습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소속 40여명 경찰관이 오는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천보문화포럼’을 창립한다. 천보문화포럼은 시인(詩人) 경찰관인 남병근(58·경무관·사진) 차장 주도로 ‘감성 치안’ ‘문화 경찰’을 목표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이다. 회원들은 시·소설·수필 등의 창작활동을 하거나 성악·악기 연주, 사진·서예·미술 활동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다.
남 차장은 경찰관들 사이에서 인문학 전도사로 통한다. 2012년 서울 영등포서장 재직 시 ‘영등포 문화포럼’을 발족시킨 것을 시작으로 부천과 인천 등 부임하는 곳마다 5개의 인문학포럼을 창립했다.
그는 업무 틈틈이 시를 써 2010년 문예사조 시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정화위원이기도 하다. 1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 차장은 “경찰 업무는 사건현장에서든 사무실이든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며 경찰과 문학이 동떨어진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문학으로 빚어진 따뜻한 시선과 배려를 가진 경찰관일수록 국민에게 진정성을 갖고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치안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입혀 업무현장에서 펼친 대표적 시책은 경찰대학 근무 시 졸업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일이다. 군사적 색채가 짙었던 제식행사를 없애고 시낭송과 문학, 미술, 음악, IT가 결합된 참여형 종합예술 행사로 탈바꿈시켰다.
남 차장은 당시 졸업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행사 내내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고 회상했다. 역대 경찰대 학장들도 “오늘 같은 감동적인 졸업식은 처음 본다”며 격려했다고 한다.
남 차장은 2013년 영등포서장 시절 시행한 ‘포돌이 톡톡 순찰 실명제’도 언급했다. 10여년의 연구 끝에 빛을 본 이 제도는 지역경찰의 순찰 업무를 대로(大路) 위주 차량 중심에서 시민 삶의 현장인 골목 위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현재는 전국 252개 경찰서 대부분에서 ‘문안 순찰’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 시행되고 있다.
남 차장이 근무지마다 포럼 활동을 할 때면 주변에선 ‘본연의 업무에 소홀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곤 했다. 하지만 보령경찰서장 재직 시 치안성과평가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그는 근무했던 모든 경찰서에서 혁혁한 치안성과를 거뒀다. 문화포럼 활동이 오히려 창의적 업무, 자율적 근무 분위기 조성 등 순기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 차장은 “남은 경찰생활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은 인문학을 통해 ‘봉사하는 문화경찰’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며 “경찰관의 영혼이 맑아지고 그 향기가 국민을 향한 서비스로 발현되는 그날을 기대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의정부=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
인문학에 빠진 ‘문화경찰’ 치안에 감성과 문화를 입히다
입력 2017-10-17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