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없이는 고용률과 국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만약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정치권은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몇 년째 세부 쟁점을 두고 시각차를 보여 왔다. 문 대통령은 국회 합의가 안 될 경우 정부 독단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뒤를 이어 두 번째로 길고 OECD 평균보다 300시간 이상 많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저녁이 있는 삶’은 딴 나라 얘기이고 집배원이나 소방관 등의 과로사나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다.
문제는 기업들의 충격을 완화할 방안이 같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당장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추가 고용을 해야 한다.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차치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맞물려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소위는 지난 8월 말 기업규모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유예기간을 차등적용하자는 데까지 의견을 모았다.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큰 만큼 단계적 시행이 불가피하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라 임금삭감 등 기존 근로자들의 고통분담도 필요하다. 이번에야말로 근로시간을 단축해 ‘과로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사설] 근로시간 단축하되 기업 충격 고려하라
입력 2017-10-17 17:33